대만의 추석, 중추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집앞이나 외부에서 바베큐파티를 합니다. 같은 중화권이라도 중국, 홍콩에는 없는 대만의 풍습이라 할 수 있는데요. 저의 카페주변 주민들도 해가 지자 집 앞에 나와서 바베큐를 즐기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타이베이에서는 강변공원에 가시면 수많은 사람들이 밤에 바베큐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카페에서 간단하게 바베큐파티를 해 보았습니다.

일단 대형마트에는 바베큐용품들을 대대적으로 내 놓고 판매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래쪽에 한국어도 보이시나요?

야외바베큐에는 역시 목탄이죠. 목탄만 팔고 있는 코너가 있습니다. 목탄도 품종이나 제조방식에 따라 열량도 다르고, 유해성분 유무도 있고 그렇습니다. 이전에 중국에서 목탄 수입이 막힌 적이 있어 한국에서 목탄 귀한 적도 있었고, 중국도 목탄제조 지역은 정말 시골지역의 영세한 공장들이 많았습니다. 

한국바베큐가 대만에서 유명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고기를 가위로 자르는 문화가 있어서 바베큐코너에 한국가위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이전에 들었던 이야기 중에 ‘고기에 가위를 대는 건 미개한 것이다. 칼과 나이프로 썰어 먹어야 품위 있는 것이다’ 라는 말도 안 되는 지극히 서양중심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도대체 그런건 누가 그게 맞다고 정하는건지… 한국에서 가위로 고기 자르고 그게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 그게 또 하나의 유행이 되는 겁니다. 서양권의 문화가 다 정답이지는 않잖아요?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쌈채소 패키지 상품도 보입니다. 한국사람들은 상추+깻잎이 주쌈채소 인데, 대만은 살짝 다릅니다. 일단 깻잎을 잘 먹지 않습니다. 

바베큐의 메인인 고기들도 다양한 부위별로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오래 살면서 가끔은 한국식 고기가 먹고 싶기도 합니다. 고기부위는 비슷하더라도 부수적으로 나오는 반찬들… 특히 저는 겉절이 를 좋아하는데, 해외에 있는 고기집들은 그런 반찬들이 영 별로 입니다. 

또, 대만식 꼬치류도 함께 팔고 있습니다. 고기만 먹으면 물릴 수 있으니 다양한 재료들을 사서 함께 먹습니다. 

저는 카페내에서 간단히 먹었습니다. 원래는 저하고 아내 둘이서만 먹으려 했으나, 낮에 온 단골손님 홍콩유학생이 있길래 저녁 바베큐 함께 먹자고 해서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또 저녁시간이 다가오는데 미국에서 온 학생이 있어서 초대를 했습니다. 

홍콩여학생과 미국남학생이 카페에서 고양이와 놀고 있습니다. 

해외생활을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평소 외롭지 않게 잘 지내다가도 가끔 명절이 되거나 몸이 아픈데 혼자 있으면 좀 서글픈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2000년부터 해외에서 명절을 보낸 날이 정말 많은데요. 평소 해외생활 많이 하고 혼자서도 잘 노니까 아무렇지 않겠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도 해외살이가 힘들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해외생활하면서 즐거웠던 시간보다 힘들었던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학생시절에는 돈이 너무 없어서 방에 하루 쓸 동전 등을 쌓아 놓고 외출할 때 딱 그것만 가져 나가는 생활을 한 적도 있고, 살다보면 예상치 못 한 지출이 있어 멘붕이 온 적도 있고, 한번은 다량의 현금을 소매치기 당해서 그 때는 한국에 도움을 요청한 적도 있습니다. 

물론 저 두 유학생이 저의 학생시절과 같은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추석인데 각각 혼자 저의 카페에 앉아 있으니 저녁이라도 먹여 보내고 싶더군요.

특히 저 홍콩여학생은 전날 음료를 시켰는데, 제가 돈을 받지 않고 보냈습니다 떠나고 나서 알게 되었죠. 그래도 안 받았습니다. 자주 오는데, 하루 정도 제가 대접했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 홍콩여학생은 휴무날 모르고 왔더군요. 저는 그 때 1층에서 컴퓨터 좀 하고 있었거든요. 들어와서 공부하라고 하고 콜라도 내어 주고 저녁때는 라면도 함께 끓여서 먹었습니다. 

해외에서 혼자 나와 생활하는 모습을 보니 이전 저의 힘들었던 시절 생각도 나고 해서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원래는 저와 아내만 먹으려고 장을 봐 온거라 고기의 양이 살짝 부족할까봐 먼저 라면을 끓였습니다. 제 기준에는 이런 저녁에 초대를 해 놓고 라면을 내어 주는 것이 큰 실례라고 생각을 했었는데요. 정작 저 두 유학생들은 한국라면 정말 맛있다고 엄청 좋아하더군요.

다행히 버섯은 좀 많이 사 와서 충분히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식으로 김치를 구워서 함께 먹었는데요. 불판이 기름이 빠지는 그런 불판이어야 하는데 그게 살짝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김치가 국적불문의 그런 김치였는데, 너무나 맛이 없더군요. 종가집 김치가 있기는 한데, 한국에서는 그냥 주변에서 흔히 먹는 ‘맛있는 김치’가 여기는 엄청 비쌉니다. 종가집 김치는 반찬으로 먹기에는 어떨때는 메인메뉴보다 더 비쌀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태국에 살 때도 무우말랭이나 깻잎통조림으로 대체할 정도로 종가집 김치는 비쌉니다.  해외에 사는 친척이 한국들어가면 반찬을 엄청 싸가지고 간다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만에서는 중추절에 저 유자를 먹습니다. 저녁을 마치고 유자도 함께 먹고…

우롱차도 우려서 함께 마셨습니다. 제가 최근에 커피의 맛 타인에게 강요당하지 말라 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방식대로 어렵게 마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편하게 자주 마시는 차가 좋은거죠. 어려운 방식은 차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립니다. 그냥 편하게 우려서 자주 마시세요. 자꾸만 다도茶道 라고해서 차 마시는 걸 어렵고 복잡하게 해서 문지방을 높이려는 사람이 있는데, 그냥 편하게 우려 마시세요. 내가 마셔서 맛있으면 그게 좋은차입니다. 내 차맛을 남에게 강요당하지 마세요.

이 홍콩여학생과 홍콩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아무래도 홍콩, 미국, 대만, 한국 네국적의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언어, 풍습, 문화 이런 것들 이야기를 하게 되죠. 특히 홍콩 및 광동어, 홍콩의 중국어, 영어교육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 홍콩여학생이 저희 고양이들을 아주 좋아하는데요. 추석이라고 고양이들에게 특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저 날은 사료말고 캔을 먹었습니다. 중추절이라고 특식을 먹었네요. 저의 고양이 니니/나나 가 현재 이렇게 컸습니다. 

설겆이와 청소를 다 마치고 커피한잔을 만들어 추석보름달에 카페장사 잘 되게 해달라고 기원을 하는 아내 입니다. 
해외에서 명절을 보내시는 분들 많죠. 저는 명절을 해외에서 보내는 것이 익숙해져서 덤덤합니다. 또, 저는 늘 어디서 살든 내가 행복한 곳이 내 터전이라는 생각도 있어서 한국/고향 이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고, 전통문화라는 것이 내가 편해야 그것도 좋은전통문화인거지 라는 생각도 있어서 불필요한 허례허식에 얽매이지도 않는 성격입니다. 
그리고 저 달은 어디서 봐도 똑같은 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