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어떤 분이 프렌차이즈커피를 마시면서 ‘이 프렌차이즈 매장 한 번 열어 보려고 알아 본 적이 있다’ 고 말문을 열면서 초기개업비용을 알려 주더군요. 대만에서 스스로 카페를 한 번 열어 본 입장에서는 확실히 비싸긴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영업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직장인들이 오랜 직장생활 그만두고 가맹점 형태로 자영업을 해도 많은 사람들이 기대보다 수입이 좋지 않고 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잠시 설명을 해 드리면요.
먼저 위의 기록지를 한 번 보시겠습니다.
이전 제가 대만 처음 갔을때 잠시 일을 했던 조직에서 커피주문이 들어오면 저렇게 수기로 기록을 하고 있더군요.
왼쪽에 주문수량만 적고 하루 마감할때 오른쪽의 누적수량을 적으면 업무량이 훨씬 줄어 들겠죠. 한창 바쁠때 주문 받으랴 저거 수기로 적으랴… 정신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 당시 매니저급 직원에게 ‘아니 도대체 너희들 왜 매 칸마다 저 총합계를 적으라고 하는거냐? 그냥 주문 수량만 기록하고 마감할 때 더해서 총합계 한 번만 더 적으면 되지 않냐?” 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거 원래 이렇게 해 오던 건데요”
숫자를 자세히 보시면 중간중간 합산을 틀리게 해서 누적수량도 틀립니다. 바쁜 와중에 적다보니 숫자가 틀리죠. 35046 +1 했는데 그대로 35046 이고 35051 +1 했는데 그대로 35051 이죠.
제가 저기서 일을 할 때 이 짓을 왜 하고 있는지 현타가 온 게 한 두번이 아니고 숫자들도 늘 틀립니다.
이번엔 어느 숫자가 틀렸는지 찾으실 수 있겠어요?
도대체… 오른편 총합계는 왜 매 칸 마다 하라고 하는지, 그걸 지시하고 있는 사장이나, 사장이 시켰다고 개선의견을 내는데도 관행이라며 바꾸지 않고 하고 있는 매니저급들이나…
저도 직원들 월급을 주면서 개인사업도 했었지만, 제 직원이 이 짓을 하고 있으면 좀 짜증이 났을 것 같네요.
31055 –> 31027 –> 35029 의 드라마틱한 (이라고 쓰고 대환장의 파티)가 보이시나요?
제가 저걸로 저기 매니저에게 몇 번 이야기 했는데, 회사업무규정이고 관행이라고 하는 걸 보고 쟤는 함께할 인력이 아니구나 라고 결론을 내린 적이 있죠.
엑셀에 숫자를 넣으면 자동연산이 되지만 그럴 환경이 안 되어서 수기로 적는다고 하면 그냥 하루에 판매한 숫자만 기록하고 마지막에 총합누적을 기록하는 것이 틀릴 가능성도 적고 틀릴 폭도 적죠.
직장인들 중에 이런 생각으로 반평생 일을 하다가 갑자기 나와서 내가 월급을 줘야 하고 나가는 모든 비용을 내 호주머니에서 지출하다 보면 마음이 조급해 지고 제대로 된 판단을 못 하게 되는거죠.
차이컬쳐시즌1에 적었던 내용을 다시 소환해서 적어 보았습니다.
최근에 재미있게 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Alex Honnold Skyscraper 인데요.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Taipei101 건물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내용입니다.
근데 보니까 쟤 별거 아니더군요. 그냥 딱 지 키 높이 정도 되는 유리블럭을 반복적으로 올라 간 거잖아요. 누구나 저 정도 하개 유리블럭은 올라 갈 수 있겠던데요. 연습 조금만 하면…
1층 바닥에서 올라갑니다. 101층 높아 보이지만 한개 유리블럭은 대략 저 정도 입니다. 저 정도는 연습만 조금 하면 일반인들도 올라갈 수 있지 않나요?
가령 예를 들어 저 101개의 유리블럭을 바닥에 모두 넓게 깔아 놓고 101번 올라가는 거랑 비슷하잖아요. 저기서 떨어진다고 죽지도 않을테고, 바닥에 101개의 유리블럭 깔아놓고 올라가는 거랑 저 빌딩을 저렇게 기어 올라가는 거랑 ‘원리’는 같지 않나요?
라고 혹시나 생각할 직장인분들이 계실까봐 차이컬쳐시즌1에서 썼던 내용을 다시 한 번 소환하면요.
자영업을 하면 아래에 아무런 그물이나 내 몸에 밧줄등의 안전장치 없이 고층건물과 건물사이의 줄을 걸어서 건너는 느낌입니다. 직장인들을 관찰해보면 지금 회사가 부도의 위기에 처해 있어도 마음 편하게 직장생활할 수 있죠.
그런데 경영이 어려워 당장 이번달 직원들 월급줄 돈이 없을때는 정말 심리적으로 힘듭니다. 사장이 되어 보니 월급날은 왜 이렇게 자주 오는건지…
직장생활은 저 유리블럭 101개를 바닥에 쫙 깔아놓고 그거 올라가는 행위를 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좀 완곡한 표현을 썼습니다. 안 그런 직장인들도 있기 때문에)
하지만 여러분이 사장이 되고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입장이 되면 저 101개의 유리블럭이 딱 저렇게 수직으로 쌓여 있게 되고 저걸 안전장치 없이 올라가야 하는 거죠.
특히 창업을 하고 개인사업을 해서 실패를 하면 여러분들이 딱 예상하는 것처럼 사회안전장치가 별로 없습니다.
저는 직장생활하면서 개설해 놓은 마이너스통장을 개인사업을 시작하니까 은행에서 바로 해지를 시켜 버려서 당시 예상치 못 하게 마이너스통장이 사라져서 그 돈 메꾸느라 정말 힘들었고 그 하나은행 직원에게 그렇게 통사정을 하고 내가 뭐 연체한 것도 아닌데 왜 마이너스통장을 해지하려고 하냐고 읍소를 해도 사정 봐 주지 않더군요. 은행은 비올때 우산 뺏어 갑니다.
저 분은 대단하더군요. 저길 맨손으로 오르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저 미소를 유지하면서 올라가더라구요.
저는 개인사업/자영업 하면서 정말 힘들었거든요. 저의 자영업 힘든 역사를 이 글을 읽고 있는 아는 동생녀석이 잘 알고 있고, 제 아내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그 당시 제대로 웃어 본 적도 없고, 사람들 앞에서 웃어도 즐거워서 웃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렵고 힘들다는 걸 감추기 위해서’ 웃은 거라 저 분의 영상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 영상 넷플릭스에 올라오고 나서 이런 이야기를 한 번 적어야지 마음은 먹고 있었는데, 마침 지난주에 어느 직장인이 프랜차이저 카페 개업 이야기를 하길래 글을 올려 보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제가 아는 사람중에도 보니까 직장생활 하고 있는데, 카페를 운영하는 분도 계시더군요. 평일에는 직장다니고 주말에는 카페나가서 직접관리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직장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은 생각이 협소해 질 수 밖에 없죠. 페인트볼 서바이벌게임 잘 하는 거랑 실제 전쟁터에서 작전수행 하는 거랑은 다르 잖아요. 저 유리블럭 1개 평지에서 못 올라 가겠어요? 떨어져도 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 글 쓰기 바로 직전 오늘 저의 대만카페 매출금액을 봤는데, 현재 그 지역 대학교가 방학이라 사람도 없고, 춘절을 앞 두고 있어 다들 집으로 돌아갔을 시기임에도 매출이 이전처럼 꾸준히 나와주어서 감사하고 다행스런 마음에 글 올려 보았습니다.
대학교 방학이면 이 인근 많은 식당/카페/상점들이 한달동안 휴무를 하거나 단축영업을 하거든요. 심지어는 저의 카페 바로 근처에 있는 대만 최대의 프렌차이저카페인 쟤도 휴무일도 많고 단축영업을 하더라구요.
그런걸 보면 다행히도 작은 규모이지만 많은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 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말씀을 드리면, 반평생 월급쟁이 생활 하다가 (준비없이) 퇴직금 투자해서 가맹점 뛰어 들었다가 피 보신 분들 많습니다. 영세자영업 쉽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