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는 카페운영은 하지 않고, 저의 카페손님과 장기나 두고 있습니다.
저의 카페 단골손님인 미국인 학생인데요. 중국식장기를 배우고 싶다고 찾아 왔더군요. 그래서 오랜만에 장기알을 만졌습니다.
중국장기는 아주 이전에 중국에서 몇 번 두어 보고는 처음인데요. 오랜만에 보니까 살짝 또 헷갈리더군요.
그리고 이 친구가 서양식장기를 배워보지 않겠냐고 해서 처음으로 배워 보았습니다. 서양식장기, 체스는 그동안 관심은 조금씩 있었는데 배울 기회가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급하게 말이 가는 길만 배우고 한 번 두어 보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한국장기는 조금 두는 편입니다. 너무나 어릴때, 한글을 배우기전 장기를 먼저 배웠습니다. 그래서 주변 어른들은 저의 적수가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또, 초등학생 정도되는 아이가 주위 어른들을 장기로 다 이겨 버리니 신기해서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며 장기를 많이 두었죠.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자대배치 받고 거의 말년병장이 장기 둘줄 아냐고 물어보길래 안다고 하니 남들 점호준비할때 장기나 두자고 하더군요. (어찌나 눈치가 보이던지요. 자대배치 갓 받은 신병이었거든요)
장기를 두었는데, 그 고참의 사士 2마리와 졸 몇 개 잡고 외통수로 이겨 버렸죠. 제 기준으로는 실력이 많이 낮았습니다 그랬더니 (농담으로) “누구야(장기 엄청 좋아하는 다른 병장) 신병이 빠져가지고 고참을 이긴다” 하더군요. 당시에는 깜짝 놀랐죠. 나중에 알고 보니 농담으로 저렇게 이야기를 했다는걸 알았습니다만…
그래서 그 때 부터 고참들과 장기를 두었는데, 대부분 제가 이겼습니다.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서 조금씩 아슬하게 져 주기도 했었죠. 그래야 다른 일 안 하고 편하게 장기나 둘 수 있었거든요.
처음 체스 기물을 옮기고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룰을 잘 모르고 기물의 이름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한 번 두어 보았습니다.
그렇게 장기를 잘 둔다는 소문이 나니까, 중대장이 장기두자고 해서 중대장실 불려가서 장기도 두었죠. 근무 나가야 하는데, 근무 안 나가고 장기 둔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 기율경이 있었는데, ‘중대장 한테는 조금씩 져주면서 해라’ 라고 귀뜸도 해 주더군요. 아무튼 그렇게 장기는 좀 둔다고 이야기를 들었었죠. (물론 아마추어 일반인 대상이죠)
제가 초등학생때 삼촌이 직장동료중에 장기 단급이 있는 그런 분이 있다며 저를 데리고 가서 장기를 두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시절 장기로는 기고만장, 안하무인, 득의양양, 망자존대 하던 시절이라 하루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몰랐죠. 당시에는 잘 둔다는걸 으시대기 위해 일부러 상대가 기물을 옮기고 나면 바로 옮기거나, 옆에 있는 과일이나 먹으며 신경 안 쓰는 듯 딴청 피우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다 어느날 저녁, 삼촌의 집 근처 어느 가정집에 가서 그 사람과 장기를 두었습니다. 어른들과 진 적이 많이 없어서 그 때도 이길거라 생각하고 갔었죠. 그런데, 이건 완전히 차원이 다른 실력이 더군요. ‘벽’ 이라는걸 그 때 처음 느끼고는 장기에 대한 겸손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왜 겸손해야 하냐면요…
저 미국친구는 저 중국식장기가 저 날이 두번째 였고, 저는 중국식장기가 오랜만이긴 해도 한국장기의 짬밥이 있으니 가볍게 이길거라 생각했었죠. 그런데 첫판을 제가 졌습니다. 진 이유는 왕과 사의 이동이 한국장기와 중국장기는 다른데, 그걸 착각하고 장군을 치면 대각선으로 피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다시 생각해 보니 중국식장기에서 왕은 대각선 이동이 안 되는걸 알게 되었죠. 착각을 해서 졌습니다. 그래도 진건 진거니까요.
그런데 서양장기, 체스는 첫판을 제가 이겼습니다. 당연히 실력으로는 제가 지겠죠. 그런데 저 친구도 착각해서 제가 장군때리는 것에 외통수 걸렸습니다.
당연히 실력으로라면 중국장기는 제가 월등하고 체스는 저 친구가 월등하죠. 체스는 2판을 두었는데, 그럼에도 제가 쉽게 물러 나지 않자, 장기에 대한 기본 머리가 있어서인지 처음 두는것 치고는 힘들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오랜만에 장기를 두니까 재미 있었습니다. 요즘 세대 사람들은 장기, 바둑 보다는 컴퓨터게임을 더 하겠죠. 각자 연습해서 며칠뒤 다시 붙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 와는 별개로… 태국에서도 장기를 두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도대체 저 분들은 병뚜껑으로 어떻게 장기를 두는건지 정말 궁금하더군요.
혹시라도 뭐가 적혀 있나 싶어 봤는데 딱히 뭐가 적혀 있는것 같지도 않았거든요.
여행 다니다보면 아래 사진처럼 동네에서 장기를 두는 주민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런걸 볼때면 저런 여유가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장기도 좋아하고 조기축구도 좋아했는데, 많은 것들을 직장 구한다고 서울가서 살면서 포기했던 것 같습니다.
서양식장기 체스는 처음 두었는데, 나름 재밌더군요. 체스하면 또, 최근에 보았던 넷플릭스 드라마 The Queen’s Gambit 이 생각나죠. 여 주인공이 은근히 매력적입니다. 그 미국친구가 또 온다고 했으니, 체스 연습 좀 해야 겠습니다.
참고로 저 미국친구는 미국에서 엔지니어계열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인데, 뭔가를 배우고 머리쓰는걸 엄청 좋아하더군요. 국비장학생으로 대만와서 학교에서 영어가르치고 있는데, 중국어도 엄청 열심히 배우고 있고, 최근에는 다른 아시아 언어도 배우고 있으며, 이야기를 나눠보면 새로운 걸 배우고 해 보는 것에 엄청 적극적이더군요. 이번주 주말에는 마라톤 풀코스도 참가를 한다고 하더군요.
책상에 앉아, 책만 보고 암기만 하는 그런 형태보다는 저 친구처럼 해외에서 생활도 하면서 직접 접해 보고 경험하면서 지식/경험을 함께 쌓아 나가는 것이 더 좋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