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기 시골마을에 와서 카페를 준비할 때 부터 짓고 있던 저 건물이 이제 완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먼저 이 부근의 상황을 설명드리면…

여기는 지방국립대학교가 있고, 그 주변으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원룸, 자취방 들이 많이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장소가 다소 지방에 있고 시골마을이라 도심의 대학상권과는 사뭇 느낌이 다릅니다. 그럼에도 대학교자체 기숙사가 부족해서 2, 3, 4학년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주변의 원룸에서 생활을 합니다. 

그래서 이 곳 주민들은 기존의 방을 학생들에게 세를 놓는 임대업으로 돈을 조금씩 벌고 있는데요.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세를 주는 경우도 있고, 저렇게 오래된 건물을 헐어내고 완전히 현대식 새건물로 지어 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학생들이 많으니까 저렇게 원룸용 건물을 지어 올리면 돈이 되는것 아니냐? 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첫번째 사진 오른쪽 같은 낡은 건물을 매입해서 지어 올리면 되죠. 하.지.만.

여기는 이 대학교상권이 아니면 딱히 다른 대체상권이 들어오기가 어려운, 주변이 온통 논밭으로 둘러 쌓인 곳입니다.  대학교가 망하면 그야말로 수요가 확 떨어지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설마 대학교가 망하겠어? 인근에 사립대학교 하나가 올해 폐교를 했습니다. 그 대학교 주변에도 가 보면 이런 원룸도 있고, 약간의 상권도 있었으나 이제 거기는 완전히 죽어버린 상권이 되었습니다. 또, 대학교 학생수도 점차 감소하지 않겠어요? 대만도 한국처럼 출산율이 0.대, 즉 감소추세이거든요.

무튼, 이 신출건물도 오래된 건물을 헐어 내고 지어 올린 겁니다. 그런데 이 건물을 볼 때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첫번째 사진에서 제가 사진을 찍기 위해 서 있던 등쪽방향은 높은 건물도 없고 논밭방향이고 남향이며, 시야가 탁 트였습니다. 그러면 보통 시야가 탁 트인 남향으로 메인창을 내기 마련인데, 여기는 마주보고 있는 건물쪽으로 창문을 냈더군요. 왜 이렇게 설계를 했을까?  

저의 카페에서 종종 커피를 구입하시는 건축관리자가 있길래 아직 완공은 되지 않았지만 들어가 내부를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물어 보았죠. 왜 남향쪽은 확 트였고, 높은 건물도 없어 시야도 좋은데, 창문을 굳이 맞은편 건물쪽으로 냈냐고? 

저 분 말로는 이 건물의 동쪽, 즉 건물과 마주 보고 있는 쪽은

위의 사진처럼 ‘도로’ 인데, 남쪽은 도로가 아니라 사유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나중에 저 공터사유지 주인이 건물을 지어 올릴 수도 있기 때문에 건물을 지어 올릴 수 없는 ‘도로’ 쪽으로 창을 낸 것이라고 합니다. 궁금증은 해소가 되었네요.

4층짜리 단독주택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4층빌라인데, 1층부터 4층까지 모두 내부계단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한국사람으로서 아쉬운 건, 창문들이 작아서 개방감이 덜 합니다. 이는 대만의 이런 집들이 대체로 비슷합니다. 개방감이 없어서 좀 답답한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또 은근히 3층 4층까지 걸어올라가는 것이 귀찮거나 힘들거나 합니다. 제가 3층에서 거주하고 있는데, 가끔 1층 주방에 뭘 가지러 가려면 좀 귀찮을 때도 있고, 아침에 막 일어나서 계단 내려가려면 좀 힘들기도 합니다. (몸이 이전같지 않네요)

그럼 왜 굳이 이렇게 높게 짓느냐? 땅값 때문이죠. 이 4층의 면적을 평면으로 펼치면 땅값이 감당 안 됩니다. 이런 신축이지만 건물값 보다는 땅값입니다. 여전히 이런 곳에 이런 건물을 구입하는 사람도, 오래된 폐가를 팔지 않고 내버려 두는 이유도 땅값 때문이죠. 

이 4층 주택의 가격을 물어 보니 저 분 말로는 1,800만대만달러(약 7억8천만원) 정도 될거라고 하더군요. 

원금만 따지면, 30년간 매달 2백만원 이상을 납입해야 갚을 수 있습니다. 내 경제력보다 무리가 되는 그런 집을 구입하기 위해 평생을 희생하며 살기 보다는 내 경제능력, 소득수준을 감안해서 부담없이 사는 것이 더 낫죠. 평생을 집 하나만 바라보며 주변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살기에는 세상에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