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카페손님 한국어교양 중간고사 성적

저의 카페손님 중에 한국어 교양수업을 듣는 1학년 대학생이 있습니다. 9월학기 시작이니까 이제 한국어 배운지 2달 정도 되었네요. 저의 손님이라 제가 몇 번 속.성.족.집.게.과.외. 를 해 주었습니다. 외국어 배우고 가르치는데는 제가 또 일가견이…

일단 중간고사 하나 틀렸다고 하네요. 뭐 틀렸나 보니 ‘나는 시계가 얻ㅅ어요’ 혹은 ‘엀어요’ 라고 적은 것 같네요.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그런 학생인데, 한국아이돌 중 한 명을 좋아해서 한국어 배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교재인 것 같더군요. 그래서 언어학습전문가? 로서 한 번 훝어 보았습니다. 대학교 1학년 학생 입문용 교재인데요.

여느 이런 교재와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문법을 엄청 설명해 두었습니다. 제가 장담하건데, 저렇게 공부하기 시작하면 4년뒤 졸업할때도 한국어 제대로 말 못 할 겁니다. 

처음 배우기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저런 문법들 가르치는 순간 흥미 다 잃고 어려워서 대다수가 포기를 할 겁니다. 

지금까지 영어도 저런식으로 공부를 해 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영어 말 잘 하냐 물어보니 영어도 말 못 한다고 하더군요. 당연하죠. 시작을 저렇게 하는데, 말을 잘 하기가 어렵고 흥미를 가지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대학교 바로 옆에서 카페를 하고 있어서 어학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종종 보는데요. 저 학생처럼 처음 배우는데, 저렇게 필기만 하고 있으면 장담컨대 4학년 졸업할때까지 한국사람과 소통 못 할 겁니다.  오히려 도중에 흥미 잃고 포기할 가능성이 높죠.

아직 짧은 문장 하나도 말을 못 하는 기초에게 굳이 이에요/예요 먼저 가르칠 필요 없죠. 제가 차이컬쳐에 수많은 글들을 적어 오고 있지만, 저는 아직도 이에요/예요 가 헷갈리거든요. 이 외에도 헷갈리는 한국어맞춤법이 적지 않습니다. 아직도 한국사람으로 헷갈리는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한국사람도 헷갈리고 틀리는 문법들을 굳이 한국어 처음 시작하는 학생에게 문법이랍시고 먼저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거죠.

그 와중에 ‘삼포시대’ 같은 유행어도 가르치고 오포시대, 칠포시대, 구포시대 같은 저도 모르는 표현들도 선생님이 가르쳐 줬나 보네요. 구포시대에는 ‘성형’도 있네요.  성형이 꼭 ‘포기’를 해야 하는 항목인가 하는건 또 의문이 듭니다. 

아무튼 이 학생에게 어떻게 언어를 배워야 하는지 세번 정도 강의를 해 줬더니만, 눈물을 흘리며 감탄을 하면서 세상에 진작에 이렇게 영어와 한국어를 습득했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놀라더군요. (일부는 재미를 위해 과장된 내용입니다. 대략 눈물이라는 단어 부터…)

뭐 저도 저런 교재로 영어와 중국어를 배운 시기가 있어서 이해는 됩니다. 다들 저런 시기를 겪고, 나중에 후회를 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외국어가 필요한 나이가 되었을때는 기회를 놓치고…

재미있는건, 저는 영어/중국어는 저렇게 공부를 했던 암흑기가 있었는데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배운 일본어는 또 듣고 말하기 부터 배워서인지 지금도 그 당시에 배웠던 문장들이 기억도 나고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엔 듣기/말하기 위주로 연습을 하면서 문법 같은걸 알아 가야 하는데 말이죠.

저 학생이 4학년 졸업할 때 한국어를 잘 할 수 있도록 제가 최대한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네요.

 

대만 지하철의 한국어 ‘파미리 에리아’

대만 공공장소에 한국어가 많다는 건 상당히 감사하고 국격 올라가는 일입니다.

‘파미리 에리아’ 영어가 없었으면 무슨 뜻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 했을 것 같은데요.

저 한국어를 작성한 사람이 일단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겠고…
도대체 한국어를 배운 대만사람이 적은건지 아니면 한국어를 아주 쬐끔 아는 대만사람이 작성을 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보통 이 정도 공공장소에 사용할 언어라면 ‘2차검수’ 정도는 할텐데 말이죠.

예를 들면, 이전에 유학했을때 알고 지내던 현지친구에게 ‘야, 이 단어 이렇게 적으면 되냐?’ 정도로 물어 보기라도 하면 저렇게는 안 나올 것 같은데요.

간격’와’ 문에 주의…

제 추측으로는 저 문장을 만든 대만직원이 일본어를 하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 사진도 그렇고 두번째도 마찬가지로 일본어 발음과 맞춤법을 따라한 것 같네요.

일본어 부분 注意 바로 앞에 있는 단어 ‘니’ 가 한국어 ‘에’ 로 해석이 되거든요.

저는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영어나 중국어, 한자 심지어는 한국어도 ‘2차검수’를 하는 편입니다. 제가 다 맞을 수는 없고, 다 알 수도 없으니까요. 특히 업무적으로 중요한 자료에서는 검수를 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면 내부적으로 통상적인 단발성 이메일을 적을때는 영어문장이나 중국어문장이 조금 이상하더라도 뜻만 제대로 전달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발송을 하지만, 제가 만약 저런 공공장소에 부착이 될 안내문을 작성한다고 하면 최소한 ‘2차검수’ 정도는 해서 완벽하지는 않아도 어색하지는 않게 했을 것 같거든요. 저는 현지친구들에게 자주 물어 보는 편이라서요.

그럼에도 저렇게 한국어라도 있으니, 영어나 중국어를 전혀 못 하는 한국분들에게는 소소한 웃음과 적어도 무슨 뜻인지는 알게 해 주는 감사한 안내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