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태국에서 대만이주 후 대만중부 지방에서 가게 구한 이야기

2023년 마지막날을 맞이하여, 올해 태국에서 대만으로 이주하고 정착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작년하반기에 태국에서 대만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대만 떠난지 대략 4년여만에 다시 대만에 살기 위해 돌아오니 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본 원산대반점 마저 낯설게 느껴지더군요. 이전 타이베이 살 때는 집에서도 보던 모습이었는데 말이죠.

이번엔 타이베이에서 살지 않고 대만의 지방, 시골에서 살아야 겠다고 계획을 하고 들어온 터라, 타이베이에서는 단기로 머물 방을 구했습니다. 보통 집 임대는 1년 2년 단위라 몇 개월 짜리 방을 구하기는 쉽지 않고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특히 고양이까지 있어서 방을 구하는데 선택지가 많이 없었죠.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왼편 녹색간판이 있는 건물에서 몇 개월 지냈습니다. 낡은 외관건물만큼이나 실내도 오래된 그런 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단기로 살거라 많은 것이 불편해도 지낼만 했습니다. 

가스온수방식이라 하루는 온수가 나오지 않아 가스가 없다는걸 알았죠. 원래는 작은 가스통이 예비용으로 백업을 해 주는건데, 저희는 이사를 하고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둘 다 비어버린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온수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것에 감사하며 지냈습니다.  지금 대만의 온수기는 전기저장식 온수기인데,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샤워를 조금만 하고 나면 온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만약 내가 내 돈을 주고 저장식 온수기를 구입한다면 가능한 대용량을 구입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중국에 살 때는 선불식 수도를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깜빡하고 몇 천원 납부하지 않아 저녁에 온 머리와 몸에 거품 뒤집어 쓴 상태로 단수가 된 적도 있었구요.
다른 지역에서는 태양열 저장식 온수기를 사용한 적도 있었는데, 이 태양열이 화창한 날에는 그럭저럭 온도를 높여 주는데 흐리거나 비 오면 물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지 않습니다. 당시 전기요금 아낀다고 차갑지 않은 물로만 샤워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압권은 중국연대에서 온수기가 없는 정말정말 저렴하고,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공동빌라에서 살았던 적이 있는데요. 

당시 온수기도 없는 그런 방을 임대해서 중국어공부를 했었습니다. 그 해 겨울… 정말 추웠습니다. 샤워를 할 때는 아래 사진처럼 

딱 저렇게 생긴 보온병에다가 물 끓이는 중간의 저 장치를 마지막사진처럼 꽂아 넣어서 물 끓여 그걸 찬물에 타 차가운 느낌만 없게 해서 샤워를 했습니다. 

샤워기로 샤워를 한 것이 아니라 받아 놓은 물을 몸에 끼얹는 형태로 샤워를 했었죠. 그 해 겨울내내 그렇게 샤워를 하고 저렇게 끊여서 따뜻한 물 마시고 했었습니다.  집도 오래되어서 방풍, 방온이 안 되 실내가 무지하게 추웠죠. 돌이켜보면 당시 돈은 없는데, 중국에서 중국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중국어 배우려고 하다보니 그렇게 지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돈이 없어서 중국친구들이 저녁마다 만터우 라고 중국식 큰 흰색 빵을 한두개씩 사 주었습니다. 

위의 3장 사진은 중국인터넷 펌 입니다. 첫번째 사진은 정확하게 제가 사용했던 보온병이네요. 색깔도 그렇고 코르크마개도 그렇고… 

거의 30년이 된 차량이라 도로에서 멈추면 어떡하나 생각이 드는 차였지만, 갓 대만에 도착한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죠. 차 없이 집 보러 갔을때는 자전거, 오토바이 이런걸 타고 둘러 보았으니까요.

아직도 이 차는 운행이 되고 있으며,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 차에 대해 좀 더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인터넷으로 본 집들을 하나하나 방문해서 실물을 확인하고 주변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골목골목을 계속 둘러 보았습니다. 인터넷사진과 실물은 또 많이 다르고, (보통은 실물이 더 안 좋습니다) 원하는 위치나 건물이 잘 안 나타나더군요. 그래서 계속 둘러 보았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여기는 (과장 조금 보태서) 거의 모든 골목을 다 둘러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돌아 보았죠.

그럼에도 조건에 맞는 방이 없더군요. 

이런 식으로 1층은 가게, 2층은 주거를 할 수 있는 형태를 찾았는데, 적당한 조건의 집이 없었습니다. 

너무 낡은 집은 인테리어 및 수선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데, 임대를 하는거라 집 인테리어나 수선비에 돈을 너무 쓸 수는 없죠.

신축이나 좀 깨끗한 건물은 가격이 비싸거나 위치가 안 좋거나 면적이 좁거나…

당.연.히.  돈에 여유가 있다면 저도 가급적이면 신축건물에 들어가고 싶었죠.

그 와중에 아무도 입주하지 않은 신축건물도 있었습니다. 4층 건물 전체가 이전 타이베이에서 살았던 방3개짜리 아파트와 비슷한 정도이더군요. 저 집이 너무나 탐이 났는데, 위치가 너무 휑한 곳에 있어서 뭘 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고, 4층 건물 전체를 저희 부부 둘이서만 사용하기에는 너무 컸습니다. 그렇다고 다른걸로 활용하기도 마땅치 않았고…

임대를 한다고만 하면, 위의 사진과 같은 건물을 임대하는 것이 딱 좋아 보였는데, 아직 건축중이라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는 노릇이었죠.

저 당시 방 구하러 다니는 시기에 방은 안 구해지고, 시간은 계속 흐르고… 그러다보니 입술 주위에만 생기던 염증, 고름 같은 것이 눈 주위에도 생겨서 부풀어 오르더군요. 눈하고 입 주변, 입안에 뭔가가 계속 나고 터지고 반복했습니다. 

당시 방 보러 다닌다고 여기 대학교 주변도 계속 돌아다녔는데요. 위의 사진은 지금 저의 카페 바로 옆 식당입니다. 저기서 고양이와 사진도 찍었는데, 결국 지금은 저 부근에서 살고 있습니다. 

타이베이에서 왔다갔다 하기에는 비용도 더 많이 들고 방을 구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서 여기에 다시 단기거주용 방을 구했습니다. 

원룸을 구해서 3개월간 머물렀는데, 이 집이 너무나 춥더군요. 그래서 난방기도 구입을 했습니다. 

저의 고양이 호미도 함께 데리고 왔는데, 쟤도 추운지 난방기 옆에서 자고 있는 모습입니다. 

현지에 임시거처를 구하고 나서 좀 더 본격적으로 방을 보러 다녔죠. 거의 모든 골목을 다 돌아 보았고 여기 주변 일대 거의 다 돌아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마땅한 매장이 없더군요. 

중간에 처가집 친척이 소유한 폐가로 방치한 집을 임대하려고 몇 번 방문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결국 그 친척들도 저에게 임대를 해 주지 않으려고 하더군요. 우여곡절이 좀 있었습니다.

구축이든 신축이든 대체로 매장의 면적이 제가 하려는 카페와는 맞지 않게 너무 면적이 작더군요. 

늘 돈이죠.  여유자금이 많으면 좀 느긋하게 일년 쉬면서 집만 보러 다닐 수 있습니다. 보통 해외로 가족이 이주해서 정착하는 기간동안 사용하는 비용이 1억이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물가비싼 나라일 수록 이주해서 어영부영하면 1억 쓰는건 금방입니다. 

혹시라도 해외이주 이런걸 안 해 보신 분들 중에, 이주하기 전에 계획을 잘 짜서 가면 금방 정착할 수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해외이주를 하게 되면 그게 그렇게 내 생각이나 계획처럼 잘 되지도 않고, 또 경험이 없다보면 수업료, 시행착오비용도 발생하고, 어떤 부분은 현지에 도착해서만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대만에서 오래 지냈지만 또 이 지역은 처음이구요. 각종 비자, 의료보험, 운전면허 수속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나마 저는 해외이주 경험이 많고, 언어소통에 문제가 거의 없어서, 적은 비용으로 빨리 정착을 한 편입니다. 

제가 임시로 거주했던 방과 지금 저의 카페가 저기 논 가장 끝자락 저편으로 대략 200m? 정도 떨어져 있는데요. 여기도 수차례 돌아 본 곳이죠. 그런데 임대를 하는 방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쓰레기 차 시간에 맞추어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는데 제가 1분 정도 늦게 나와서 쓰레기차가 지나가 버렸습니다. 이웃주민으로 부터 ‘지금 저의 카페가 있는 골목길로 다시 쓰레기차가 지나간다’ 라는 말을 듣고 이 카페건물 위치로 왔다가 임대를 한다는 표지판을 보고는 주인에게 바로 전화를 했죠.

그렇게 열심히 방들을 돌아볼 때는 못 찾았던 방을 우연하게 찾았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어떨때는 너무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하지 마라는 뜻이 아님) 어떨때는 운과 때가 좀 맞아야죠. 여기 집주인이 2~3일전에 임대표지를 붙였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2023년은 대만중부지역에서 정착을 한 해이기도 하고, 다양한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해 입니다. 호미외에 니니, 나나 길고양이도 입양해서 새로운 가족이 되었구요. 2024년에는 그 변화들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 더 나은 결실이 오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