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만시골에서의 춘절

춘절, 한국은 음력설,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춘절연휴기간동안 ‘혼자서’ 카페를 열었습니다. 보통 춘절연휴기간동안은 가게문을 닫는 것이 여기 대만이나 중국에서는 일반적이지만, 저는 어차피 혼자서 타지에 있으니까 ‘놀면뭐하니’ 라는 마음으로 카페를 열었습니다. 여기 카페가 규모는 작아도 혼자서 장사를 하기에는 좀 벅찬데, 춘절연휴 손님이 평소보다 많이 와서 미.친.듯.이.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춘절연휴기간에는 과일을 저렇게 장식해 두었더군요. 

심지어는 파이애플 잎사귀에도 금빛가루를 뿌려 놓았습니다. 가뜩이나 춘절느낌이 곳곳에서 많이 나는데, 과일까지 저렇게 해 두었습니다. 

여러번 이야기하는 거지만, 중화권에서 춘절을 한 번 보내보고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한국의 음력설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고, 특히 동남아와 서양권에서는 문화가 섞여서 더 독특한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마을은 종종 이장의 마을방송을 들을 수 있는 곳입니다. 마을의 크고작은 대소사를 이장이 스피커로 방송을 합니다. 

춘절연휴동안 쓰레기수거인력도 쉬는 바람에 쓰레기가 좀 쌓여 있었는데, 쓰레기차가 낮에 와서 수거한다고 이장방송도 있었습니다. (보통은 저녁에 수거합니다)

어제는 무슨무슨 신의 생일이라고 동네 사당에 일손이 필요하니 나와서 서로 도와 달라는 그런 방송도 하더군요. 도대체 신의 생일에 사당에서 생일잔치를 한다고 동네인력을 동원한다는 방송을 하는… 저 같은 ‘도시사람’은 이해를 할 수 없지만, 여기는 또 여기만의 풍습이 있습니다. 

또, 제가 혼자서 춘절연휴를 여기서 보낸다고 소문이 났는지, 이웃어르신이 음식을 보내 주셨습니다. 

삼일동안 매일 조식을 보내 주셨는데요. 너무나 맛있더군요. 소스도 각기 다르게 해서 보내주셨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시골에 살다보니 이런 훈훈한 이웃의 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춘절이라고 이웃분들께서 커피도 주문을 해 주셔서 직접 배달해 드렸습니다. 모두 어르신들이라… 그리고 저의 가게집주인 아주머니는 성격이 호탕한 여장부 입니다. 낮술하면서 담배피는 모습부터 성격까지 오랜 장사꾼의 그런 기질이 있습니다. 장사를 오래해서인지 돈을 쓸 때는 또 잘 씁니다. 가끔 고향와서 저의카페에서 주문을 하면 하루매출 1/3 이상의 양을 주문하기도 합니다. 

이전에 저의 어머니가 저의 건물에서 장사를 하는 가게에 가면 그 비싼 고기를 엄청 시키는 걸보고 살짝 놀란 적이 있는데, 저게 건물주의 ‘통’ 인가 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인생을 살다보니 사람이 너무 쪼잔하게 살면 그것도 보기가 안 좋을때가 있습니다. 

아무튼 저도 춘절을 그렇게 잘 보냈고, 2025년도 벌써 2월입니다. 하루하루 인생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면 되는 겁니다. 

대만의 춘리엔 풍경

중화권 춘절연휴입니다. 짧게는 1주이상, 중국에서는 2주정도 연휴를 가지는 곳도 있습니다. 

중화권에서는 춘절이되면 춘리엔春聯 을 붙이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곳곳에서 저렇게 춘리엔만 파는 곳들이 많아졌습니다. 또, 올해는 뱀의해라서 뱀의 모양과 뱀蛇의 글자를 이용해서 춘리엔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춘리엔을 구입하기 위해 고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또 한 쪽에서는 현장에서 글자를 적어 만들기도 하더군요. 아마 원하는 문구가 있으면 그걸 즉석으로 써서 만듭니다. 

한자가 참 많습니다. 

한자는 많지만 대부분, 복을 기원하거나, 건강하거나, 화목하거나, 재물을 원하는 그런 내용들 입니다. 하지만 젊은세대들을 겨냥해서 독특한 문구와 도안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이 식물을 좋아해서 저의 카페에 장식으로 놓아 두려 했는데, 저의 고양이들이 물어뜯거나 넘어뜨릴 것이 명약관화 하기때문에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중화권 춘절은 한번 경험해 볼만하죠. 한국에서 구정을 안 지낸지가 오래되어서 한국의 명절 느낌도 점점 가물가물해지네요.

어제부터 이미 춘절연휴분위기라 여기 마을에도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타지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이 보이구요. 어제는 낮부터 동네주민들이 술과 음식을 먹으면서 분위기를 내고 있더군요.  

저의 카페 단골인 이 미국인 여성분은 혼자 여기서 살고 있는데, 생일날 혼자 저의 카페를 왔더군요. 그래서 단촐하게 저의 카페 케익에다가 초를 꽂아 생일축하노래를 불러 주었습니다. 

타지에서 혼자살면서 Thanksgiving day, Halloween, Christmas, 그리고 New year 까지 혼자서 지내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는데, 조금 안쓰럽기도 하고 저도 이번 춘절 혼자서 카페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고 수년간 명절에 한국 못 가고 타지에서 사는 입장이라 동병상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난번 크리스마스때 저녁초대도 해서 함께 먹었었고, 어제 케익은 제가 제공을 했습니다. 

해외에 나와 살면서 많은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과 교류를 하다 살다보면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삶이 있다는걸 느낄 수 있습니다. 단순히 다양한 삶이 있다는 걸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는 다양한 인생의 ‘길’이 있다는걸 알 수 있죠. 그러다보면 또 다양성도 존중하게 되고,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삶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나이가 많이 들어도 이런걸 못 느끼고 사는 어른들이 있죠. 그러다보면

‘조금이라도 내 가치관/기준으로 봤을때, 다르게 살거나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젊은 세대를 보면 명절때 만나면 잔소리를 하고, 인생의 낙오자니,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오지랖을 부리죠’

대만마트에도 춘절분위기가 물씬 나네요

중화권의 춘절은 화려하죠. 다음주 중화권 최대명절을 맞이하여 대만도 점점 춘절의 분위기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해외여행을 좋아하시거나 해외문화에도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중화권에서 춘절연휴기간을 한 번 보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참고로 중화권 하면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대략 이 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지만 제가 살았던 태국이라든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등 동남아국가에서도 중화권문화가 많이 남아 있어서 차이나타운 같은 곳에 가면 춘절의 분위기를 나름 느껴볼 수 있습니다. 

태국의 어느 골목길 안쪽에 그려져 있는 중화권느낌이 물씬 나는 그런 벽화입니다. 골목이 협소해서 사진을 저 각도에서 간신히 찍을 수 있었습니다. 태국등 동남아시아에는 화인華人이라고 해서 부모, 조부모 선대가 중국본토에서 넘어온 후손도 많고, 연세가 있는 태국이들 중에는 중국어를 간단히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생활속에서도 중화권의 문화가 남아 있습니다. 

태국에가면 이런 오래된 상점등에 한자가 병기되어 있는 곳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죠. 이런 곳들은 이전에 화인들이 운영을 했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3개의 층에 걸쳐 다양한 영업을 했네요. 저에게 ‘해외거주화인’ 하면 떠 오르는 이미지는 ‘상인’ ‘장사꾼’ ‘사업가’ ‘돈버는수완좋은사람’ 입니다. 실제로 화인들이 동남아에서 장악하는 경제력이 대단하죠. 30%도 안 되는 인구로 70% 이상의 경제력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한국은 그나마 화인들이 경제적으로는 힘을 발휘하지 못 한 나라입니다. 무튼…

중화권에서는 춘절이 되면 發財 돈을 많이 버는 것에 대한 덕담도 많고, 미덕으로 여기죠. 한국은 이전 유교사상, 양반선비 관념이 남아 있어서 상인들이나 돈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천한 것들이 하는 것으로 터부시 하는 경향이 남아 있어서인지 어쩐지, 한국의 부모들은 자식들이 돈이나 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하면 ‘어린 것들이 돈 밝히는 거 아냐, 너는 공부나 해’ 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화권이라고는 하지만 북방쪽은 남방, 즉 절강성 온주사람들이나 광동성 사람들 보다는 조금 덜 하고, 남방사람들이 좀 더 재물관련 해서는 더 적극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래전 북미나 유럽, 아시아권에 퍼져 나간 화인들은 대체로 남방쪽 사람들이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중화권춘절 하면 빠질 수 없는 홍빠오도 다양한 문구와 함께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굳이 저렇게 구입을 하지 않아도 각 기업체에서 자신들 로고나 상호가 적힌 홍빠오를 대량으로 뿌리기도 합니다. 

붉은색 의류나 속옷들도 부쩍 많아진 느낌입니다. 저 마작무늬옷은 대만사람들도 안 입을 것 같은 디자인인데요.

또, 이 기간에는 어디서든 저렇게 다량의 사탕류春糖을 판매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구요. 타이베이쪽에서는 디화지에迪化街 가시면 엄청난 양의 사탕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지금쯤…

 

한국도 명절이면 선물세트를 많이 팔듯이, 여기도 이런저런 선물세트가 많습니다. 그리고 제가 매일 마시는 제로콜라포장지도 춘절느낌나게 바뀌었네요. 

저는 춘절이라고 딱히 한국을 들어가지는 않아서 올해도 카페를 열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끔 카페손님들이 ‘가끔 한국집이 그립겠어요’ 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저는 인천공항 내리는 순간,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구요. 대만 타오위안공항 딱 내리면 여러분들이 해외여행 하고 나서 인천공항 내려서 ‘드디어 집에 돌아왔구나’ 라는 느낌이 듭니다. 제 집이 대만에 있으니까, 한국을 가면 ‘잠시방문’ ‘출장’ ‘여행’ 이런 느낌이고 동생집에 며칠 머물러도 좀 불편하죠.

여기 학생들은 대부분 방학을 해서 이번주에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이고, 이번 금요일저녁부터는 본격적으로 춘절연휴 분위기가 날 것 같습니다. 어디서 춘절/구정을 보내시든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대만 어느 가게의 위트있는 춘절연휴 공지문

중화권, 특히 중국본토에서는 춘절연휴가 되면 휴일이 긴 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시골쪽이나 공장들, 소규모자영업 이런 사람들은 춘절이 되면 2주 정도 쉬는 곳도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여기 대학교 주변도 학생들 방학 + 춘절연휴에 맞추어 장기휴업을 하는 가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주변이 한산합니다. 

저의 카페부근 어느 가게의 휴무표 입니다.  거의 20일을 쉬네요. 

제가 중국 처음 간 연도가 2000년 1월초 인데요. 도착한지 한달정도 지나 춘절연휴였죠. 저는 대학교 주변이 그렇게 철저하고 완벽하게 거의 모든 식당, 상점들이 문을 닫을거라고는 예상을 못 했습니다. 나중에 보니까 고향에 돌아가지 않은 중국학생들은 사전에 음식/물 등등을 구입해 두더군요. 24년전 중국 연태대학교 부근은 한국의 70년대 느낌이 나는 곳이었는데, 눈 내리고 추운데, 먹을건 없고… 먹을걸 사려고 버스를 타고 시내 기차역까지 갔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해 2월 춘절연휴때는 중국대학생친구의 고향집에 가서 있었죠. 70년대에서나 볼 법한 오래된 대형 화물트럭을 타고 아침일찍 출발해서 오후에나 도착한 것 같은데 도로상태도 안 좋아서 엄청 힘들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저의 카페 근처 다른 가게는 며칠날까지 휴무한다는 공지문 대신에 유머스럽게 라인메세지를 출력해서 붙여 두었습니다. 대략 내용을 보면

주인 : 공지문에 어떤 내용 적어야 돼?

휴대폰주인 : 겨울에 우리 휴무한다는 내용!

휴대폰주인 : 그리고 우리의 Google map을 확인하라는 내용 (주:보통 구글맵에 영업여부 및 영업시간이 표시가 됩니다)

휴대폰주인 : 돌아오게 되면 영업일 공지한다는 내용

휴대폰주인 : 아마도 춘절이후 개학전 정도에…

휴대폰주인 : 정상영업시작한다고

주인 : 그렇게 많은 글자를 적어야 돼?

 

라는 대화내용을 아예 출력해서 붙여 놓았네요. 위트있고 아이디어가 좋습니다. 대화내용에 공지할 내용이 다 들어 있으니까요.

휴대폰자판을 보면 대만은 로마병음을 쓰지 않고 주음부호를 사용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중화권은 춘절연휴가 길기도 하고, 좀 더 춘절느낌이 나서 좋습니다. 춘절기간동안에 중국본토만큼은 아니지만 폭죽을 터뜨리는 사람들도 있구요. 이제 여기도 슬슬 춘절의 기분은 정리하고 정상생활로 복귀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춘절기간동안 정상영업을 했는데, 문을 연 가게들이 적어서인지 손님이 좀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