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과외 시키고 과외비는 꿀꺽한 사건

미국인에게 대.리.과.외. 시키고 과외비는 그대로 받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저 날 저 학생 영어과외가 있는 날인데, 마침 단골미국인손님이 와 있어서 직접 자리를 마련해 주었죠. 그런데 저 중학생은 영어를 거의 못 하거든요. 그래도 일단 앉혀서 대화를 하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한시간 가까이 미국원어민의 지도를 받고는 제가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다. 다음수업에 보자” 하고 돌려 보냈더니 제 아내가

“아니 과외비를 받고 수업도 안 하고 보내면 엄마가 뭐라고 하지 않을까?” 라면서 걱정을 하더군요. 그래서 “오늘 엄청 좋은 수업 다 했는데?” 라고 말을 해 주었죠. 그리고 밤늦게…

학생의 어머니에게서 메세지가 왔더군요.

“아들이 오늘 엄청 재밌었다고 하네요”

“저는 수업전부터 재미있었을거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손님있을때, 조금 일찍 오라고 연락을 드렸던 거에요”

“아들이 엄청 긴장을 했다고 하네요. 왜냐하면 진짜 외국인 앞에서 앉아 있어서요”

제 아내의 걱정과는 달리 어머니도 아들도 아주 좋아하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업’을 한다고 하면 펜을 들고 공책을 꺼내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선생님은 말을 하고 학생은 듣는’ 그런 경직된 수업을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양한 형태로 더 재미있게 배울 수 있습니다. 저는 어느 순간부터 외국어를 가르치는 법을 깨달았죠.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외국어학습방법이 얼마나 재미없었는지… 이는 외국어뿐 아니라 많은 학문들이 더 재밌게 배울 수 있는데, 기존의 공교육방식의 틀에 사로잡혀 그 사고의 틀을 깨지 못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대학생때 과외를 했던 중학생 여자애가 생각이 나네요. 그 당시 일주일에 과외를 7개나 하고 있더군요. 그러면서 ‘한자’ 과외까지. 당시 저는 인생을 그렇게 깨닫지도 못 한 상태였고, 가르치는 것에 경험도 없고 서툴었고, 기존의 틀에 익숙해 있던 대학생이었습니다. 그냥 앉혀놓고 한자 몇 개씩 수업시간내내 반복적으로 가르치고…

그 여학생이 저에게 했던 말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선생님. 저 너무 힘들어요. 엄마가 일주일에 과외를 7개나 시켜서요.”

지금의 저 였으면 그 학생에게 훨씬 더 재미있고, 한시간의 수업이 지루하지 않게, 수업이 끝나더라도 뭔가 배울 수 있게 가르쳐 주었을텐데요. 그 때는 저도 ‘인생경험’이 많지 않을때라 그런걸 몰랐죠.

어제 저의 중학생과 수업을 했는데, 어제는 영어과외는 하지 않고, (보통의 80% 학부모가 생각하기에는) 쓰잘대기 없는 중국어성조, 발성연습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쓰잘대기 없지 않죠. 앞번 과외선생님은 일년 넘게 단어, 숙어만 암기를 시켰다고 하더군요. 저도 중학생때 단어숙어 위주로 암기했지만 영어 안 늘더군요. 중국어도 그렇게 공부를 했을때 늘지 않았구요.

무엇보다 단어숙어 암기만 하고 있으면 재미가 없잖아요. 

무튼, 저는 제가 가르치는 학생에게는 엄청난 책임감을 가지고 반드시 저 학생의 언어실력을 향상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영어학생의 벌금 500원 동전(feat. 돼지저금통)

기특한? 풋풋한? 이야기가 있어 소개를 해 봅니다. 제가 영어과외를 하는 중학생이 있는데요. 

저의 ‘차이컬쳐스터디’ 과외의 방식은 비슷합니다. 수업을 하고 과제를 내 준 뒤 다음주에 시험을 봐서 불합격하면 ‘벌금’을 내는 제도 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도 저의 ‘차이컬쳐스터디’ 학생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일주일 한 번 있는 벌금이 은근 압박이 된다고 하더라구요.

평소에는 지폐로 500대만달러를 지불했는데, 이번주는 모두 동전으로, 그것도 10원짜리가 없어서 5원짜리도 섞어서 가지고 왔더군요. 

학생의 어머니에게 물어 보니 자신의 돼지저금통을 깼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과외비는 어머니께서 주셔도 되지만, 벌금은 학생의 용돈으로 지불하라고 하세요” 라고 사전에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이제는 돈이 없는지 저금통의 동전까지 꺼내서 벌금으로 가져왔네요.  어머니 말로는 이제 저금통에 700원 남았다고…

학생어머니 : 아들이 본인 합격한 시험영상 보내 왔네요. 아주 기뻐 하더라구요.
저 : 저도 어제 아주 기뻤습니다.
학생어머니 : 정말 감사합니다. 어제 벌금내야 한다고 돼지저금통의 돈 꺼내 달라고 하더라. 돼지저금통에 700원 밖에 남지 않아서 침통한 표정이더라구요. 하하하. 

이 어머니가 처음 저를 찾와 왔을때, 이 학생은 이미 네이티브 영어과외선생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1년 넘게 많은 돈을 들여서 과외를 시키고 있는데, ‘단 한번도 스스로 영어를 공부하는 모습을 본 적도 없고, 영어를 전혀 못 하는 것 같다’ 라고 하면서 영어를 가르쳐 줄 수 있겠냐고 문의를 하시더군요.

그 학생과도 수업방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보니까 딱, 일주일에 두세번 수업시간에만 따라하고 단어 암기하고 끝. 

제가 차이컬쳐에서도 수차례 언급을 했지만, 내가 영어네이티브 이라고 영어를 다 잘 가르치는 건 아닙니다. 반대로 저는 중국어와 영어가 네이티브는 아니지만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잘 알죠. 저는 중국어 영어를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레 습득한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공부를 해서 배운 거라서요.

저 학생에게는 ‘벌금으로 나의 부를 축적하거나 소고기 사 먹는다’ 라고 동기부여를 시키지만, 받은 벌금은 나중에 다시 돌려 줍니다. 지금은 학생의 어머니와 저만 알고 벌금을 받는거죠.

무튼 어제 학생어머니가 저의 카페에 와서 커피한잔 하시면서 감사의 눈물…까지는 아니지만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기분이 좋고 보람을 느낀다고 감사해 하더군요. 제가 시작할 때 그랬었거든요. 잔소리 백날 해 봤자 저 나이때 아이들에게는 안 통할 거다. 스스로 각성하게 하고 동기부여를 조금씩 쌓아 주어야 하니까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다. 천천히 지켜 봐달라고 해서 결국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네요. 이 학생이 실질적으로 말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저도 열심히 가르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