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시골마을에 며칠 머물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나무나 석탄을 이용해 직접 불을 지펴서 음식을 해 먹고 물을 끓여 마신 것입니다.
사람들은 도시의 현대화된 삶이 지루하고 싫증나서 캠핑을 가기도 하지만, 캠핑장에서 정해진 구역에서 피우는 불도 어찌보면 현대화된 삶의 일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중국에서 지낼때도 그랬고, 이런 시골마을, 오지마을에 갈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가 보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학생시절에는 주변에 친구들이 많아서 이런 중국의 시골을 가서 현지인들 집에서 머물 기회가 많았었는데요.
어느덧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친구’ 라는 개념도 희박해지고, 이렇게 현지인들 집에 찾아갈 정도의 막역한 인간관계를 맺기가 점점 어려워 져서 기회가 없던 차에 태국친구가 고향집 간다고 하길래 한 번 따라가 보았습니다.
친구의 집은 태국에서 이산이라고 하는 지역중에서도 꽤 시골지역 마을이었습니다. 오래된 목조건물에 저렇게 모기장에서 잠을 자야 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면 전기모기향을 2개나 피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2층은 뻥 뚫린 하나의 공간에 칸막이나 가구로 구역을 나누어 놓은 그런 구조이고 바닥의 나무틈으로 1층이 보이는 구조입니다. 바로 아래가 친구부모님 침대가 있는 곳이라 밤에 이동할 때 최대한 소리 내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걸었습니다.
친구언니가 머무는 옆방은 이전 느낌이 납니다. 역시나 모기장이 없으면 잠을 잘 수 없는 구조이구요. 주변이 논밭, 축사 라서 벌레들이 아주 많습니다. 이런 곳에서 벌레 무서워 하는 사람이라면 하루밤도 지낼 수 없는 그런 구조입니다.
제가 있는 공간은 조명이 없더군요. 가지고 있던 스탠드와 휴대폰조명으로 물건들을 찾았습니다. 마땅한 테이블이 없어서 물건 위에 올려 놓고 컴퓨터를 하니까 허리가 너무나 아프더군요.
그럼에도 평소에는 해 보지 못 하는 경험이라 참 좋았습니다.
저는 이런 곳에서 살라고 하면 살 수는 있겠더군요. (인터넷속도만 조금 나와 준다면…) 그런데 이 지역은 인터넷망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쉬운데로 통신사인터넷으로 했는데 속도가 느립니다.
집 주변은 온통 논밭이고 숲입니다. 인가도 별로 없어서 밤이 되면 암흑이 됩니다.
한국의 누런소와는 다른 품종의 소가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불을 피워야 합니다. 불을 피워야 물도 끓이고, 음식을 할 수 있습니다.
예능프로그램이나 캠핑프로를 보면 ‘즐기기 위해’ 불을 피우지만, 여기는 실생활에서 불을 피워야만 합니다. 물론 여기서도 프로판가스나 전기스토브 등으로 음식을 할 수 있으나, 나무나 석탄이 훨씬 싸기 때문에 다른 연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아야하는건… 여기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그렇게 부유하지 않다는 겁니다. 도시사람의 기준으로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거죠.
저기 보이는 곳이 주방입니다. 저기 테이블에서 요리를 합니다. 어찌보면 많이 불편하고 위생적으로도 좋을 수가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벌레, 동물 들이 돌아다니겠어요.
며칠 머물면서 목욕물을 끓였습니다. 현지사람들은 찬물로 샤워를 하는데, 저는 도저히 찬물샤워를 못 하겠더군요. 저 때가 가을이었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조금 쌀쌀하기도 했고, 물이 너무나 차갑더군요. 좀 부끄러운 말이지만 찬물샤워를 잘 못 해서 어쩔 수 없이 물을 끓인 후…
찬물에 섞어서 미지근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차가운 느낌은 없게 해서 바가지로 몸에 붓는 방식으로 샤워를 했습니다. 저 욕실도 그냥 다 뚫린 형태라 샤워할때마다 혹시 뱀이 나올까 신경이 쓰이더군요.
2002년도 겨울, 중국에서 중국어공부할 때 돈이 없어서 난방도 안되고 온수도 없는 완전 오래된 빈방에서 지낸 적이 있었거든요. 그 당시에도 전기포트로 물 끓여서 대야에 물 부어 몸에 부어가며 샤워하며 겨울을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이후로 처음 저런 샤워를 해 보았습니다.
태국은 열대국가인데 춥냐? 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태국도 겨울에는 20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는 경우도 있고, 여기처럼 북부지역에는 15도 이하로도 기온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높은 산악지역은 더 기온이 떨어지기도 하구요. 그런데 영상 15도에 뭐가 춥다고 호들갑이냐 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게 참 신기한게 태국도 그렇고 대만도 그렇고 영상 10도~15도 되어도 실내에서 엄청 춥게 느껴집니다. 괜히 대만이나 홍콩 등지에서 겨울에 동사자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체감기온은 상대적이구요.
밥도 저렇게 찝니다.
생선요리도 하구요.
다양한 요리들을 직접 불을 피워서 하는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시골장터에서 사온 갈비를 제가 직접 구워서 먹었던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기분탓인지는 모르겠는데, 가스나 전기가 아닌 저렇게 구워서 먹으니 더 맛있더군요.
논밭이 보이고 각종 동물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바닥에 앉아 이렇게 저녁을 먹으니 너무나 좋았습니다.
똑같은 믹스커피도 전기포트로 끓인 물보다 저렇게 장작불로 끓인 물이 더 맛있습니다. “흡사 원자력전기보다 수력발전의 전기로 듣는 스피커음질이 더 좋듯이 말이죠.” (농담입니다)
지금 대만의 시골지역에 와서 살고 있지만, 굳이 대도시에서 사람에 치여가며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더군요. 삶에는 여러 종류의 스트레스가 있지만 사람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점점 남은 인생을 대도시로 부터 멀어지도록 실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