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는 동물영매사寵物溝通師 라는 직업이 있습니다. 자신이 키우고 있는 애견, 애묘 등과 영적으로 교감해서 그 동물들의 감정을 주인에게 이야기 해주는 영매사(라 쓰고 저는 가감하게 사기꾼 이라고 적습니다)라고 보시면 됩니다.
영화/드라마 같은 곳에서 보면 어떤 영매사가 죽은 사람의 영혼에게 자신의 몸을 빌려 주고 그 영혼이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하는… 이전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보면 골든우피버거? (이름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가 맡았던 역이라 보시면 됩니다.
위의 캡쳐 출처 :
저의 대만아내는 좀 지극스러운 애묘인입니다. 저도 고양이 좋아하고 강아지 좋아하지만 저는 그냥 동물을 두루두루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하면, 제 아내는 그냥 ‘애묘인愛貓人’ 입니다. 그래서 가끔 저 동물영매사에게 돈을 주고 저의 집 고양이들의 마음속이야기?를 들어 보았다고 하더군요.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6~7년전에는 저도 직접 그 동물영매사 사무실로 함께 따라가기도 했었죠. 물론 저는 믿어서 간 것이 아니라, 도대체 이런 직업군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식으로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나? 뭐 이런 것이 궁금해서 따라 갔습니다.
저의 가게옆 공터에서 서식하는 고양이들 입니다.
방식은 고양이 사진을 보내주고 요즘에는 온라인으로도 상담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세상 돈 벌기 좋아졌습니다) 그런 다음 자기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면 그 영매가 고양이들에게 빙의가 되어서 답변을 해 주는 방식입니다.
이번에 제 아내가 그 상담을 받으면서 엄청 울었습니다. 뭐 이유는 “우리 고양이들이 그런 어려운 과거가 있었구나. 우리에게 그런 것들이 섭섭했구나” 등등입니다.
가게 근처에 늘 묶여만 있는 강아지 입니다. 딱 봐도 뭔가 활동량 엄청 많을 것 같은 사냥개인데, 늘 저렇게 묶여만 있는 것이 안쓰럽긴 합니다.
저는 적당히 아내의 이야기에 동조를 해 주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세상에는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동물영매에게 상담 받는다고 했을때 하지 말라고 만류를 하지 않은 이유는…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유사한 영매들, 즉 점쟁이, 무당, 무슨무슨 도사, 포츈텔러 이런 사람들에게 과거 현재 미래를 물어 보러 가잖아요. 그런 거랑 뭐가 다른가요? 그래서 그냥 암묵적인 동의를 하고 내용을 들으면서도 공감하는척 해 줍니다.
애견, 애묘 하고만 소통이 가능한지? 키우는 거북이와도 소통이 가능한지? 뱀, 도마뱀, 새들과도 대화가 가능한지 등등 궁금한건 많지만, 어차피 사기라고 생각하니까 제가 굳이 물어 보지 않아도 되고, 또 그걸 믿고 그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상담을 받으면서 뭔가 만족감을 느끼면 되는거겠죠.
많은 사람들은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으로 인해 이런 사람들이나 어떤 대상(나무, 돌, 산)을 찾아가 기도를 하는 것이거든요.
많은 사람들은 저 나무를 찾아가 주기적으로 집안의 안녕과 사업의 번창을 기원하지만… 저 나무가 과연 그걸 이루어 줄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냥 내가 그런 정성을 들였다는 자기 만족일까요?
제가 이런말을 하면 불편해하거나 불쾌해할 사람들 많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현상을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을 키우도록 자식세대들에게 가르쳐줘야죠.
제가 아주아주 어릴때, 저의 부산집은 저것과는 약간 다른 작은 크기의 타일이 붙은 저런 형태의 욕조가 있었습니다. 당시 70년대 80년대는 제한급수를 하던 시절이라 오전 특정시간이 지나면 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단수가 되었던 거죠. 그래서 늘 저 곳에 물이 나오는 시간대에 받아 놓고 물을 사용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파워포인트로 대충 그렸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평소 물수조에 수도관을 담근채로 물을 받아 두었는데, 어느날 오후에 보니 저 수조의 물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아무도 사용하지도 않았고, 하수구마개도 잘 막혀 있었음에도 말이죠.
그걸 본 저의 어머니와 이모는 귀신이 노한 것이다, 용왕님에게 잘 못 한 것이 있어서 그렇다며 무당을 불러 굿을 한 번 하고 제사를 지내려고 했습니다. (그 뒤로 굿을 했는지는 제 기억에 없습니다)
얼마뒤, 이웃에 사는 집에서 동일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집에서는 그 상황을 ‘관찰’ 했습니다. 그리고는 단수가 되자 수압에 의해 담겨져 있던 물이 수도꼭지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상황을 확인했습니다. 그러고는 귀신, 용왕이 한 짓이 아니고 “단수가 되면서 물이 다시 수도관을 타고 빨려 들어간다” 라는 것을 확인했죠.
귀신, 용왕, 영매를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여러분들의 자녀들에게는 이렇게 현상이나 사물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결과에 대한 원인과 과정을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방법을 가르쳐 줘야 하는 거죠.
저의 요지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현상을 분석하고 유추하는 사고력을 키워줘야지 덮어놓고 도사찾고, 무당찾고 하면 안 된다는 걸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또, 재미로 그냥 보는건 좋지만, 그런 영매, 점쟁이, 도사(라 쓰고 사기꾼)들이 하는 말에 혹해서 전재산 바치고, 인생을 비관해하고 할 필요도 전혀 없습니다. 어차피 걔네들도 모릅니다.
자 그럼… 그 동물영매가 뭐라고 했는지 볼까요?
이 두녀석이 저희에게 발견되어 저의 집에 왔을때
“저희는 그냥 엄마따라 놀러 가는줄 알고 나왔다가 엄마 잃어 버렸어요” 라고 했다네요.
저같은 일개 인간은 저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검증할 방법이 없으니 아무말이나 해도 되는 거죠.
호미(기존고양이)왈 “저는 새로온 저 두 새끼고양이 때문에 저의 식사패턴을 바꿀 생각이 없어요” 라고 했다는데요. 너무나도 무난한 검증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 입니다.
“새로온 두 고양이가 싫지도 좋지도 않고 그저 그래요” 라고 했답니다. 뭐 사람의 마음도 잘 알 수 없는데, 고양이 마음을 어떻게 알겠어요.
“새로운 집이 ‘넓.어.서’ 좋아요” 라고 했다면서, 그 영매가 어떻게 우리집이 넓은지 알겠냐고 자꾸만 저에게 그 영매는 정말로 다 알고 있다는 걸 강요하던데요. 제출한 사전개인정보를 조금만 검색하면 SNS에 저의가 살고 있는 집이 가게+집 구조이고 3층 건물이라는 걸 다 알수 있죠. 사기꾼은 교묘하게 여러분의 정보를 빼 냅니다. 문제는 내가 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 하고 그 정보에 헛점이 있다는 것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판사도 보이스피싱이 속아 입금을 했다고 하죠.
그냥 재미로 보시면 될 것 같고, 그 동물영매가 한 이야기로 반나절 울고불고 하고 있는 아내가 무슨 잘 못이 있겠습니까? 많은 사람들도 저런 사람들 찾아가서 내 과거/미래 운세 점쳐보려고 하고 있고, 아직도 무당을 통해 뭘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서 말이죠.
동물영매… 요즘엔 명함에 ‘동물소통사’ 로 타이틀을 그럴듯하게 적었더군요. 저 정도 능력이면 개통령 강형욱씨보다 더 유명해져야 할텐데 말이죠. 저런 각종 동물영매들이 강형욱씨 처럼 공식적으로 유명하게 되지 못 하는 이유를 자기들도 알고 있을 겁니다. 공식적으로 대중에게 나오는 순간 수많은 교차검증을 통해서 사기라는 것이 들통나기 때문에 그냥 음지에서 저렇게 일부사람들을 대상으로 돈을 버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할지도…
부디 그냥 재미로 보시고, 저런 걸로 많은 재산/소중한 인생시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