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지금 살게된 집 구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외국에 나와서 장기로 거주할 집과 가게를 구하는 건 쉽지만은 않습니다. 내 나라에서도 쉽지 않은데, 외국에서는 더 어렵죠.
작은 가게와 거주할 공간이 함께 있는 그런 형태의 건물을 찾아 다녔습니다. 거주만 생각할 때는 선택의 폭이 넓은데, 가게를 함께 하려니까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차라리 가게와 거주를 따로 생각하면 선택하기가 쉬운데 그렇게 되면 전체 비용이 상승하더군요.
예산내에서 최대한 좋은 입지의 가게와 주거도 함께 할 수 있는 건물을 찾기 위해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초기비용을 낮추기 위해 최대한 오래된 건물를 찾아 청소하고 개조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저런 건물을 임대 또는 구입해서 개조를 하려고도 생각했었습니다. 저 집이 괜찮았으나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대만은 1층가게 + 2층/3층은 주거공간 형태의 건물이 많습니다. 아래의 사진처럼
1층은 상가, 2층 이상은 주거의 형태로 되어 있는 단독건물이 많습니다. 그런데 오래된 건물들은 1층에서 올라가는 입구가 하나밖에 없어서 2층/3층의 세대가 1층가게를 통해서만 올라갈 수 있는 구조가 많더군요. 이런 부분은 흥미로웠습니다.
조금 규모가 작은 저런 형태의 건물은 대략 20,000~40,000대만달러면 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타이페이나 도심은 저 가격이 안됩니다. 저는 대만중부 시골지역이라 저런 가격이 가능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신축건물인데 4층 전체가 45,000대만달러(180만원) 월임대료 정도이더군요. 반면 지방/시골이라도 상권이 좋은 곳은 비슷한 신축임에도 100,000대만달러의 월임대료인 건물도 있었습니다.
위의 상가 한칸 (1층/2층)이 거의 100,000대만달러의 월세더군요. 물론 저기는 관광객들이 좀 오는 상권의 중심지역이라 가격차이가 납니다.
시골지역가면 저렇게 단층으로 넓은 형태의 건물도 많습니다. 한국도 시골지역에 가면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죠. 대만도 마찬가지로 저런 형태의 오래된 빈집이 많습니다. 실제로 저런 건물들을 매입하거나 임대해서 가게로 하는 사람들도 있구요.
지금 저의 가게 맞은편 건물도 딱 저런 형태의 단층건물인데 비어있습니다. 이런 건물들을 팔지 않고 가지고 있는 이유는, 건물 때문이 아니라 땅 때문입니다. 이미 건물은 가치가 없잖아요. 땅 값이 계속 오르니까 그냥 가지고 있는거죠. 땅값이 내려간다고 하면 저런 건물들 매물로 엄청 나올겁니다.
그럼 제가 계약을 하게된 이 집을 찾게된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대만중부지방에서 정착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여러차례 여기와서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처음엔 차가 없어서 기차로, 친척에게 차를 빌려서도 오고 몇 번 방문해서 집 구하기 어려울 것 같아 임시숙소를 구해서 거주를 하면서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향후 5년 어쩌면 그 이상 거주를 하게될 집인데 충분히 알아보려고 준비를 했었습니다.
많은 가게와 방을 봤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이 없더군요. 몇 군데 있었는데, 꼭 중요한 요인들이 문제가 되어서 거래가 안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집을 너무 많이 보러 다녀서 이제 인터넷으로도, 부동산으로부터도, 발품을 팔아도 더 이상 나와 있는 집이 없는 상황이 되던 어느날…
대만은 쓰레기차가 오는 시각에 나가서 쓰레기를 버리는 시스템입니다. 이 날도 쓰레기차 음악을 듣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는데, 제가 약 30초~1분 정도 늦게 나오는 바람에 쓰레기차가 이미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웃주민이 “다음 골목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5분뒤에 쓰레기차가 지나갈 거다” 라고 해서 위의 사진 저 장소에 와서 쓰레기차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건물에 ‘임대’ 라는 표지판과 전화번호가 붙어 있더군요. 바로 전화를 했죠. 들어가서 보니까 딱 제가 찾으려고 했던 형태의 건물이었습니다. 1층가게 2층/3층은 거주를 할 수 있는 공간.
그런데 이 구역은 제가 그 동안 아주 자주 지나다니며 계속 봤던 곳입니다. 임시숙소에서 100m 도 안 떨어진 곳이었거든요. 그렇게 찾을때는 없었는데, 주인아주머니 말로는 임대표지판 걸어둔지 3일째 라고 하더군요. 건물리모델링하고 나서 임대한다고 내 놓은지 3일째 제가 처음 연락이 왔다고…
열심히 발품 팔아야 한다면서 그렇게 찾아 다닐때는 마땅한 집이 나타나지 않아 돈은 돈대로 쓰고, 고생한 것에 비해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까 힘은 더 들고 점점 조급해지기도 했는데, 밤에 쓰레기 버리러 나왔다가 그것도 30초 늦게 나와 이 골목 안 쪽으로 걸어 들어 오는 바람에 이 집을 찾게 되었죠. 만약 제가 딱 시간맞추어 나와 쓰레기차를 놓치지 않았다면 이 집은 저와는 인연이 없는 그런 집이었을 수도 있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집을 구하고 있었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인생살이 새옹지마 입니다. 뭘 잘 하려고 막 노력을 해도 안 될 때가 있고, 어떨때는 우연한 기회에 뭐가 풀릴 때도 있고… 그렇다고 지금은 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는 그게 화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인생은 굴곡이 있는 것이고, 열심히만 한다고 다 잘 되는 것도 아닙니다. 만약 지금 저 집이 제 만족도의 100점 의 집이라고 했을때, 저 주인이 저 집을 내 놓은 시기와 제가 집을 구하러 다니는 시기와도 일치가 되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