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카페 옆 대학교의 디자인과 교수님이 저에게 한국어번역을 요청해 오셨습니다.
내용이 대만 어느 관광지의 표지판에 한국어를 병기하는 작업인데, 번역기의 번역이 정확한지도 모르겠고, 한국어과 대만학생의 번역이 못 미덥다며 한국사람의 검수를 받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봤더니만 확실히 좀 이상하긴 했습니다.
먼저, 산책로를 ‘트레일’ 로 번역할 필요가 없죠. 가끔 어떤 표지판들 보면 저도 이해하기 힘든 영어발음을 적어 두는 곳들이 있는데요. 이런 곳에 오는 관광객이 다 영어를 잘 하지 못 할 뿐더러, 부모님세대는 이해하지 못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차이컬쳐에 글을 쓰기 시작한 아주아주 초창기부터 여러번 이야기를 한 것이 있는데요. 불필요하게 글을 어렵게 적지 않고, 또 불필요하게 영어나 외래어, 소위 말해서 ‘나 영어 물 좀 먹었어’ 과시용으로 단어를 구사하지 않으려 늘 노력해 왔습니다. 저의 차이컬쳐 유입연령대를 보면 50대 60대도 꽤 많으시거든요. 저의 부모님 세대가 저의 글을 읽어도 이해하기 쉽게 적으려고 엄청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표지판들 보면 영어를 한글로 적어 두긴 했는데, ‘내가 영어를 이렇게 못 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해가 안 되는 표지판들이 있습니다. 표지판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쉽게 적어야죠. 그게 안 되면 도형, 사진이 더 좋구요.
제가 작년에 차이컬쳐시즌2에서 비슷한 글을 쓴 적도 있고, 차이컬쳐시즌1에서는 이런 이상한 한글을 많이 소개했었죠.
파미리 에리아 라고 적어 놓으면 저걸 바로 이해할 수 있는 한국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이런 번역도 뭔가 이상하죠. 번역기를 돌렸거나, 주변에 한국어 하는 대만사람에게 부탁을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에 찾아온 그 교수님은 이런 이상한 번역이 싫어서, ‘반드시 한국사람’ 에게 번역의뢰를 하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그 산책길 표지판 완성되면, 저의 번역으로 되어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보고 싶네요. 그러면 대만관광지에 저의 1호 번역표지판이 생기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