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타이난을 일때문에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엔 그냥 여행의 목적으로 다시 방문을 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종종 방문을 했었던 도시입니다.
먼저, 타이난은 대만섬 전체에서 최초로 현대식 계획적 서구에 의해 조성이 된 도시입니다. 네델란드에 의해 발전이 되었고, 이후 정성공이라는 사람이 서양세력을 물리쳐 영웅의 대접을 받습니다.
도시전체가 오래된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고 볼거리도 많습니다. 대만사람들에게는 미식의 도시로 여겨지기도 하구요.
타이베이 사람들 사이에서는 타이난 음식들이 달게 느껴 진다고 합니다. 서울사람들에게 부산음식이 다소 짜게 느껴진다고 하죠. 저는 부산사람이지만 부산을 떠난지 오래되기도 했고, 평소 음식을 싱겁게 먹으려 노력을 해서인지 최근에 부산음식을 먹으면 좀 짜게 느껴집니다.
당일치기 여행이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음식위주로 조금씩 먹었습니다. 위의 저 음식 맛있더군요.
이 음식도 특별한 맛이었습니다. 간단히 요기를 때우는 정도의 간식은 되겠더군요.
날씨가 너무나 더웠습니다. 햇볕아래에서는 제대로 걷지를 못 할 정도로 더워 주로 실내나 그늘로 다녔습니다.
저 순간 이런 생각은 했습니다. 내가 만약
‘대만을 처음 방문했거나, 타이난을 처음 방문하는 거였다면’
아마도 이 정도 더위는 저 여행객들 처럼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보통 해외여행을 1년에 한번 정도 나올 수 있으면 꽤 경제적인 형편이 좋은 사람이죠?? 보통은 몇 년에 한번 해외여행 나올 수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저의 지인들 중에는 5년, 10년에 한번 정도 해외여행을 가기도 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이런 날씨마저도 여행의 추억이 될 수도 있는데요. 저는 여기서 살고 있고, 타이난까지 차로 1시간 20분 정도면 올 수도 있고 해서 날씨가 너무 더우니까 걷기가 싫더군요.
8년전 타이난을 처음 왔을때도 더웠는데, 그 때는 이런 골목풍경이 너무나 좋아서 땀 뻘뻘 흘리고 걸어 다녔는데, 저도 초심을 잃은 듯 하네요.
타이난은 곳곳 골목골목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서 천천히 걸어다니며 눈과 카메라에 담는 여행이 적합한 곳입니다. 제가 태국편에서 소개하고 있는 광활하고 탁트인 그런류의 풍경을 보는 곳이 아니거든요.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 이렇게 재건축, 재개조 하는 건물들도 보입니다.
어느 장소에 가서 느낄 수 있는 여행의 만족도가 100 이라고 했을때, 평소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과 정말 어쩌다 여행 한 번 할 수 있는 사람이 느끼는 만족도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또, 그 장소까지 가는 여정이 정말 힘들었거나, 정말 특별했거나, 누군가 좋은 사람과 함께 그 여정을 했거나에 따라서도 만족도가 다를 수 있죠.
제가 23년전 중국운남성 따리, 리장, 샹그릴라 이런 곳 여행했을때는 만족도가 120 이었습니다. 중국여행이 처음이었고, 리장고성을 갈 때는 저녁에 침대버스를 타고 누워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잠들어 새벽 5시경인가? 리장고성 어느 컴컴한 버스정류장에 도착을 했었죠. 주변 길거리 수도꼭지에서 세수하고 길거리 정말 싼 음식 먹으며 어렵게 어렵게 여행을 하니까 여행의 만족도가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에어컨 나오는 큰 버스를 타고 포장 잘 된 잘 뚫린 도로를 달려 샹그릴라에 도착을 하니, 23년전 산에서 대여섯번 버스가 고장나 멈춰 서고, 산속에서 볼일보고 20인승 되는 작은 버스에 배낭과 함께 쪼그리고 앉아 하루온종일 덜컹거리는 산길을 달리는 그런 고생이 없어서인지 2013년도 샹그릴라를 갈 때는 23년전의 그런 감동이 없었습니다.
절 옆의 무성한 나무 가지치기를 하는 모습입니다.
여행도… 나중에 나이 들어 돈 많이 벌면 자식 다 키워 놓고 여유있게 하는 여행이 오히려 젊을때 돈 없이 조금 고생하며 하는 여행보다 별로 일 수가 있습니다.
행복이나 즐거움을 미래를 위해 아껴두고 현재를 희생하며 노후대책을 한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살아보니 그 말이 맞는 말인지는….. 저는 회의적입니다. 저도 한 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며 웃지도 않고 늘 인상쓰며 살았던 적이 있는데, 결론적으로는 현재는 현재대로 불행했고, 그 때 준비했던 ‘행복해야만 했던 그 미래’도 불행하더군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올지 안 올지도 모를 미래를 위해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타이난은 3~4일 정도 머물면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면 좋은 여행지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창의적인 카페를 여는 곳들도 많아서 미리 조사를 하셔서 찾아 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이번에 아주 오래된 시장건물의 2층, 이전에는 상업적인 용도가 아니라 주거공간이었던 곳을 활용해서 협소한 공간의 카페를 방문해 보았습니다. 여기는 코로나 이전에도 영업을 했던 곳인데, 당시에 제가 조금 늦게 도착해서 외관만 둘러 보고 돌아 갔다가 이번엔 커피한잔 마셨습니다.
장소가 너무나 협소해서 2층 다락, 바닥에 쪼그려 앉아 커피를 마셔야 함에도 소위 말하는 SNS상에서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찾는 곳입니다. 여기 주인은 남들이 ‘이런 곳에 카페하면 누가 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쌩뚱맞은 장소에 카페를 열어 나름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아마 임대료가 엄청 쌀겁니다.
지금 제가 있는 대만시골지역도 건물전체의 임대료가 엄청 쌉니다. 창의력만 있고, 마케팅력만 있으면 저렴한 투자비용으로 유명하게 만들어 볼 수 있죠.
저의 카페처럼 고양이가 내부에 있습니다. 주인이 별도로 인테리어에 크게 돈을 쓰지 않고, 기존의 낡은 건물을 그대로 유지해서 이런저런 소품으로만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걸 보면 참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여기는 정말 불편하거든요. 앉기도 불편하고 공간도 협소하고… 그런데도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음료들이 맛있냐 하면 음료에 대한 평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고 저도 2개를 마셔보았는데, ‘이 음료를 이 가격에 마셔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타이난의 유명한 동과차冬瓜茶 도 오랜만에 마셨습니다. 여길 오면 꼭 마셨던 음료라 반갑더군요.
날씨도 덥고, 당일치기라 시간도 촉박했고, 관광의 목적보다는 타이난의 유명한 쇠고기탕을 먹으러 온 거라 코로나 이전 왔었던 그런 ‘여행’의 느낌은 없더군요. 저는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이라 그런지 어느 순간 여행을 하면서 오는 감흥/감동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긴 합니다. 생각해보면 가장 즐겁고 감동적이었던 여행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을 때의 학생시절, 혹은 30대때의 여행인 것 같습니다.
인생의 즐거움을 노후를 위해서 아끼지 마세요. 아낀다고 나중에 꺼내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