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며 푸켓의 Old street를 구경하다가 잠시 다리도 좀 쉴 겸 카페를 가기로 했습니다. 지나다보니 Hidden coffee shop 이라고 저렇게 입간판이 있어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입구를 못 찾겠더군요. 저기 안쪽에 나무 문이 2개가 있고 요란한 음악소리가 들려 저기가 카페거니 하고 문을 열어 보려 했으나 잠겨 있었습니다. 순간… 무슨 카페가 회원제로 예약한 손님만 받는 그런 곳인가 생각도 했습니다.
이렇게 준비해 놓은걸 보면 분명 영업을 하고 있다는 뜻인데요. 그래서 2층으로 올라가는 나선형계단을 걸어 올라가 보았습니다.
지금 저의 대만카페도 2층 3층 으로 올라가는 내부계단이 있는 구조입니다. 이전 이런 형태의 주택은 내부에 저런식으로 계단들이 다 있습니다.
그런데 2층을 올라 왔어도 저렇게 테이블만 있고, 직원도 손님도 없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카페의 흔적도 보이지 않고 입구도 알 수 없었습니다.
방치되었다고 하기엔 잘 정리된 고가구들도 있어 어쨌거나 누군가 관리를 하고 있는 공간임에는 틀림없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라는 듯한 공간입니다.
옆으로 통로가 하나 있어 따라 가 봅니다.
건물이 낡았지만 나름 정리를 하고 청소를 한 느낌이긴 했습니다.
2층에서 다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이고 그 아래 저런 소품? 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오래된 물건들이 나름 정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서야 카페의 바가 보입니다. 시간을 대략 20~30년 되돌린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커피咖啡 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내부에 한자가 많은 걸로 봐서는 주인이 중화권쪽 인 듯 했습니다.
제가 갔을땐 남자 2명과 고양이 한 녀석이 주방에 있었습니다.
손님 한 분이 주인에게 사진을 요청하더군요.
여기 문구가 인상적이더군요. 저 위의 문구를 해석하기 전에 반대편에 있는 문구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먼 길을 가 봐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오랜시간이 지나봐야 그 사람의 본 마음을 알 수 있다.
이 카페는 인테리어에 큰 돈을 쓰지 않고, 기존의 낡고 오래된 물건들을 잘 정리해서 나름대로 개성적인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문도 오래된 것을 그냥 사용하고 손잡이만 새로 갈아 낀 것 같구요.
저 테이블도 원래는 테이블이 아닌 물건을 가져와서 테이블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제가 카페를 준비하고 개업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이 조언, 충고, 훈수를 해 주셨는데, 사실 대부분의 말들이 ‘돈’ ‘비용’ 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개업준비를 하다 보니 비용이 제가 준비했던 예산보다 더 들어 가더군요. 뭔가를 하다보면 예상치 못 한 부분이 꼭 발생하니까요. 그런데 그럴바엔 돈을 더 써서, 기왕이면 더 비싼걸로 이런 말을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차 구입할 때 ‘그럴바엔 병’ ‘기왕이면 훈수’에 1,500cc 사러 갔다가 그랜저 뽑는 다는 말이 있죠.
이 카페 주인이 센스가 있더군요. 저 부분을 투명한 판으로 대어서, 햇볕이 들어오게 해 두니 내부 분위기가 더 좋았습니다. 가끔 이런 지붕의 카페를 가 보면 지붕 한 두 군데를 저렇게 햇볕이 들어오게 만들어 놓은 곳이 있었습니다. 이전에 대만타이동의 이런 건물카페를 갔을때도 지붕 기와 하나를 떼어 내서 저렇게 햇살이 들어오게 만들어 두었더군요.
이 카페의 반전은 뒤편에 작은 정원이 있고
뒷골목에서 들어가는 작은 문이 있었습니다. 큰대로변에서 여기로 오려면 계단올라 갔다가 내려와서 건물통로를 지나야 했지만, 사실은 이 카페는 여기가 정문인 셈입니다. 단지 여기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주택가 골목길이라 대로변에 출입구를 만들어 놓은 것이구요.
지금 대만의 저의 카페도 주택가 골목길의 40년된 건물을 이용해서 카페로 운용하고 있거든요.
아마도 이 주인도 적은 예산으로 이런 카페를 운영하려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건물주 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들어올 때 약간의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저기 모자쓴 태국친구가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이 아닙니다. 박봉에 어렵게 살고 있죠. 그래서 함께 여행을 할 때 돈을 최대한 안 쓰려는 것이 눈에 보이더군요. 여기 카페를 들어 올 때도 “나는 그냥 밖에서 기다릴테니 너네끼리 커피 마시고 와라” 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우리가 여길 들어온 이유가 커피가 아니라 잠시 앉아서 쉬는 것이었거든요. 차마 친구만 남겨두고 그렇게 할 수 없잖아요. 커피는 제가 사는 걸로 하고 설득해서 함께 데리고 들어 왔습니다.
2000년도 1월… 제가 중국에 처음 가서 지낼때 중국 대학생친구 2명(두사람은 커플)과 청도시내 구경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겨울은 너무나도 추웠고, 잠시 몸을 좀 녹일겸 맥도널드에 들어가자고 했습니다. 그 친구들이 저에게 중국어를 가르쳐 주는 학생이었습니다.
제가 먼저 맥도널드를 들어갔는데, 그 친구 2명이 따라 들어오지 않고 한참을 밖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왜 안들어 오냐 물으니,
“우리는 여기서 음료를 마실 여유가 없다. 이런 곳은 우리에겐 너무 비싼 곳이다. 우리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너 혼자 마시고 나와라” 라고 하더군요.
저도 그 당시 중국 처음 방문한 거라 이런 상황에 대한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 때부터 배웠습니다. 세상에는 맥도널드 커피 한 잔도 비싸서 못 마시는 사람이 아주아주 많다는 것을요.
저는 중국가서 사람이 된 케이스 입니다.
극빈계층의 학생들을 너무나 많이 만나 보았거든요.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남긴 잔반을 모아서 먹는 학생들도 보았고,
생리대가 없어서 분홍색재생휴지 이용해서 사용한다는 이야기도 그 때 처음 들었고,
집에 화장실 자체가 없어서 화장실 갈 때 마다 공동화장실 가는 학생집도 가 보았습니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사람에 대한 겸손을 느끼게 되었구요.
중국에서 자영업할 때, 정말 옷 허름하고 머리도 지저분하게 하고 다니던 거래처 젊은사장이 BMW7 시리즈로 저를 태워 주는 걸 보면서 사람 외모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도 느꼈고,
허리에 차는 휴대폰케이스 만든다며 ‘작은 공장 하나 있어요’ 라는 사장이 벤츠S클래스를 모는 부자라는걸 보고서 어설프게 돈 좀 있다 라는 말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것도 느낀 곳이 중국입니다.
사람에 대한 존중을 하고, 돈이나 눈꼽만한 권력 좀 있다고 사람 무시하지 않는 법을 중국에서 배웠습니다.
푸켓에도 이전에 중화권 사람들이 많이 살았던 것 같더군요. 곳곳에서 화교의 흔적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여기 젊은 남자분들 장사 잘 되길 바랍니다. 저와 비슷하게 오래된 건물에 적은 비용으로 인테리어해서 카페를 하고 있어서 소개를 해 보았습니다 푸켓 가실 분들은 여기 한 번 가 보세요.
다음에는 집 내부에 무려 연못이 있는 부자집 화교의 집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어떤 이유로 여기 푸켓까지 와서 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동남아에 살던 화교들이 대체로 경제적으로 상위 계층이었습니다. 이 집을 보시면 이전 경제적 상위계층의 삶을 엿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