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업무 비효율적인 부분, 특히 이메일 에 대한 고찰

오늘은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젊은분들, 학생분들을 위한 글을 적어 보려 합니다. 

며칠전 유퀴즈에서 구글 16년 다니다 해고통보 영상을 보다가 생각나는 부분이 있어서 소개를 해 봅니다. 

직장인들, 특히 제가 했던, 해외영업, Project manager, 고객대응팀 이런 사람들 보면 출장 다니면서 비행기에서도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고, 공항에 대기하면서도 이메일 쓰고 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그 중에는 정말 업무가 많고, 바쁘고, 능력있고… 그런 분도 있죠. 하지만 실제로 해외기업 프로젝트 맡아서 하는걸 보면 불필요하게 비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외국계회사에서 다국적직원들과 업무를 하면서 경험한 것들이 많지만, 지난 6월 프리랜서로 대만기업 업무 하면서 경험한 것 위주로 소개를 해 봅니다. 

<이메일 남발>

여러 국적 인력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이메일을 주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메일을 자세히 살펴보면, 저 직원은 왜 CC로 들어있는지 보내는 사람도 모르고, 받는사람도 이해를 하지 못 하고 그냥 일단 면책용 CC 발송이 엄청 많습니다. CC 받는사람은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습니다. 하루에 읽지않은 메일이 100통 200통씩 쌓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필요한 CC첨부도 문제인데, 별 시덥잖은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내용도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메일에 전체회신으로 보냅니다. 

<사례1> 미팅중 서류중에 약어가 하나 있더군요. OMG 이라고 합시다. Oh My God 의 약자인데 업종에 따라 약자가 많으니 모를 수도 있습니다. 현재 고객사와 미팅중에 그 약자를 알아야 미팅이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인데, 그 상황에 그걸 질문하는 메일을 쓰고 앉았더군요. 그냥 메신저로 바로 ‘차이컬쳐씨, 서류에서 OMG 이 무슨 뜻인가요?’ 물어 보든, 전화해서 물어보면 딱 1분이면 끝날 것을 미팅중에 그걸 화면에 띄워서 메일로 쓰고 있더군요. 

메일을 쓰다보니 인삿말, 맺음말 써야 하고 격식 갖추느라 길게 질문하고… 

<사례2> 사람 엄청 많은 단체메일에 같은 사무실 직원 두사람이 내용 확인하느라 메일을 서로 주고 받습니다. 그냥 두 사람이 얼굴마주대로 물어보면 딱 3분도 안 걸릴 내용을 하루종일 메일 보내고 받고 보내고 받고 하고 있습니다. 그 메일에 들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 과정에 대해 알필요도 없습니다. 자기 부서내에서 그냥 결정해서 타부서에 통보하면 되니까요. 그걸 같은 사무실 같은 부서 직원이 하루종일 메일로 주고받고 있습니다. 메일이 엄청 늘어납니다. 

 

물론 어떤 내용은 나중에 히스토리 증거를 남기기 위해 구두로 확인한 걸 메일로 발송해 두기도 한다는거 저도 잘 압니다. 그 정도 분간은 합니다. 그런데 전혀 쓸데도 없고, 그냥 메신저로 물어보든 만나서 몇마디 나누면 될 일도 메일로 단체메일에 계속 보냅니다. 3분이면 끝날 결정을 하루종일 심지어는 다음날까지 주고 받습니다. 

거짓말 같지만 정말입니다. 

지난번 출장때 프리랜서로 함께 동행했는데요. 저 직원도 아니나 다를까 공항에서 노트북 펴 놓고 이메일 계속 확인하고 보내고 하더군요.

문제는 제가 CC 에 들어 있어 내용들을 보면 전혀 메일로 보내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내용까지 전체메일로 보내고 있습니다. 바빠서 공항에서 비행기내에서 메일을 쓰고 보내는 것이 아니라 비효율적인 부분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불필요한 회의>

저 직원과 한국에 있었는데, 지하철 이동을 하는 도중에도 이어폰 끼고 회의를 하고, 다른 업무를 하면서도 이어폰끼고 회의를 켜 놓습니다. 

그런데 본인도 이야기를 합니다. “내가 꼭 없어도 되는데, 회의 주관자가 참석하라고 메일에 이름을 올려 놓아서 참석하는거라고”

제가 기업에서 온라인, 오프라인 회의 하는걸 보면 컴퓨터도 자기 일 하거나 휴대폰 계속 보면서 메신저 보내는 직원도 많고, 심지어는 그 회의가 뭐 하는 회의인지도 모르고 들어오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예를들면, 포장팀 부장 참석인데 부장이 참석 못 할 상황이 되자 그 팀원 아무나 참석 시킵니다.

제가 보면 불필요하게 끌려 들어와서 그냥 온라인회의에 멍하니 있다가 가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부적절한 방식의 회의>

저는 대만계기업에 있다보니 대만, 중국 등 중화권 직원들간 회의가 많습니다. 거기에 태국직원 참가하라고 메일로 보냅니다. 그런데 중화권직원들이 대다수다 보니 회의를 중국어로 하고 심지어는 자기들 주고 받는 자료도 중국어입니다. 태국직원들은 계속 딴 짓 하다가 회의마치면 로그아웃 합니다. 무슨 내용이냐 물어 보면 모른다고 합니다. 나중에 그걸 정리해서 피드백 해 주는 직원도 없습니다.  그냥 그 태국직원은 명단에 있으니 접속해서 멍하니 있다가 끝납니다. 회의에 결과도 없습니다. 

“내가 불안하니 하는 회의” 가 너무나 많습니다. 

출장비 정산을 위해 인보이스를 요청 하더군요. 출장을 갔으니 돈은 받아야 하니까요.  보냈습니다. 

며칠뒤에 연락이 와서 A 라는 부분이 자기 회사 양식과 맞지 않으니 재경팀에서 수정을 요청한다고 연락이 왔더군요. A를 수정해서 보냅니다. 

아직 끝난게 아닙니다. 

다음엔 B 의 문구가 자기 회사 양식과 맞지 않으니 수정을 해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B를 수정해서 보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자기회사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인보이스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C 를 넣어 달라고 합니다. 

간단한 대금청구서 하나 수정하는데 10일이 걸립니다. 메일을 몇 번 주고 받는지… 그냥 처음 받았을때, ‘우리 회사 재경팀에서는  A, B, C 가 기본 양식이다’ 라고 한번에 말을 해 주면 될 걸 대금청구서 ‘양식’ 맞추는데 10일이 걸리면서 메일만 몇 번을 주고 받습니다. 

출장자들과 치맥을 했습니다.

지난 6월 중순 출장시 “다음주까지 이거 반드시 처리해야 하니 내일까지 서류 만들어서 보내 주세요” 하더군요. 내일까지는 도저히 정확한 자료가 나오지 않는 부분인데 계속 요구하길래 안 된다고 해서 2일이 필요하다고.

다음주까지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던 그 안건이 지금 8월 둘째주인데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그럼 다시 첫번째 사진으로 돌아가서.  함께 출장갔던 직원이 보니까 이메일을 잘 못 보내거나 내용이 틀리거나 실수를 많이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물어봤죠.

“너네 대만쪽 기업들은 왜 이렇게 모니터 사용에 인색하냐? 제발 보조모니터 써라. 13인치 노트북 화면으로 하는 것 보다 속도도 훨씬 빠르고 문서 2개 동시에 띄워 놓고 수정하기도 편하고 메일발송 실수도 줄일 수 있다.”

라고 하자 “회사에서 모니터를 안 사준다” 라고 하길래, 정 회사에서 안 사주면 모니터 그거 얼마 안한다 사무실에 너 사비로 하나 사서 놓고 모니터 2개로 업무해라 업무효율이 엄청 빨라진다.

이 말을 제가 여러 중화권직원, 태국직원들에게 했으나 안 하더군요. 결국 최근에 또 첨부 잘 못 했다고 첫번째 사진처럼 메일이 왔습니다. 일을 해 보면 13인치 노트북화면에서 오는 느림, 비효율, 실수가 엄청 많거든요.

유퀴즈에서 전직 구글직원이 했던 ‘80%을 감원해도 회사가 돌아간다’ 라는 말이 제가 말한 부분과도 무관하다 생각하지 않거든요. 미국계회사와도 프로젝트 미팅해 보면 거기도 PM 이 온갖 부서 자기직원들, 전부서 거래처직원들 참석시켜 회의 주최를 많이 하더군요. 정작 회의중에는 많은 직원들이 노트북으로 자기 업무 하고 있고, 회의 마쳐도 이 회의에서 무슨 안건으로 했는지 모르고 나가는 직원이 대다수입니다. 그냥 이름있으니 회의실 들어 왔다 딴짓 하고 나가는 겁니다.  

직장인들은 본인들은 이메일 열심히 많이 쓰고, 각종 회의 많이 참가해서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불필요한 업무가 정말 많습니다. 

제가 초반에 사회초년생,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라면서 시작을 했죠.

여러분들은 이런 조직에 들어가면 그냥 순응하면서 그렇게 직장생활 하세요. 남들처럼 하루에 대략 2시간 3시간? 정도만 일하다 퇴근해도 월급이 나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용기내서 이야기 하고 개선할 생각도 의지도 없습니다. 오히려 윗선의 나이 많은 직원들은 저런 직원들을 더 싫어합니다. 그냥 튀지 말고 조용히 월급 잘 받으면서 13인치 모니터로 30분이면 끝날 서류작업도 3시간에 걸쳐서 해 주면 일을 더 많이 한다고 칭찬 받습니다.  (정말로 30분 정도면 끝날 문서작업을 3시간 하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타이핑을 두 손가락으로 독수리타법하는 사무직원도 있습니다. 키보드 안 보면 타이핑 못 하는 사무직원도 엄청 많구요)

일부 회사는… 일부(사실 대부분) 생각 없는 상사는…

30분만에 끝마치고 2시간 30분을 딴짓 하는 직원 보다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3시간 동안 작은 모니터 보면서 열심히 하는척 하는 직원들 더 좋아합니다. 

이 글은 뭘 불평하려고 적은 글이 아닙니다. 며칠전 유퀴즈를 보는데 80% 직원이 없어도 회사가 잘 돌아가는 것에 다른 IT 기업들도 인원감축을 한다는 영상을 보고 제가 그동안 회사생활 하면서 느낀 것들을 간단히 언급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부분은 월급직의 마인드 한계 이기도 하죠. 내가 월급을 주는 입장이면 저렇게 일 못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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