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여자분과 소주한잔 했습니다

숙소에서 간단히 인사만 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여자분이 “나 이 소주 즐겨마신다. 함께 마실래?” 하면서 제 앞에 앉더군요. 저는 원래 술을 마시지 않지만, 밤10시 넘어 여자분이 술을 가지고 왔다는건 뭔가 함께 ‘대화’를 할 상대가 필요한 것이 아니겠나 라는 생각에 저도 함께 마셨습니다. 

처음 저 여자분을 봤을때, 팔, 손목, 몸통, 종아리 등등 온 몸에 문신이 있어서 뭔가 성격이 과격?할 거라는 그런 선입견이 조금 있었습니다. 종아리 뒷쪽에 일본사무라이얼굴인지 일본가부키여성얼굴인지 가 크게 그려져 있어서 더 그랬는지 모릅니다. 특히..

 

양쪽귀에 위의 사진속 머리묶은 남자처럼 귀에다가 링을 넣은걸 하고 있어서 뭔가 펑키스타일? 반항적인 성격? 같은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동남아국가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잠시 비자문제로 방콕에 왔다고 하더군요. 무튼…

제 앞에 큰 잔을 두고 술을 따라 주면서 

“한국영화 많이 보는데, 한국 꼭 가보고 싶다. 한국은 뭔가 낭만적이고 특별한 느낌이 있는 나라이다” 라고 하더군요.

제가 외국에서 많이 듣는 말이죠. ‘한국남자 잘 생겼다. 한국남자 로맨틱하다’ 다 그렇지 않다고 반박은 합니다. 

한국소주 중 오리지널맛은 안 마시고 이 요구르트맛 소주만 마신다고 하더라구요. 잔을 들어올리며 “한국어로 술잔 부딪히면서 하는말 뭐지? 영화에서 자주 봤는데” 라고 하길래 ‘건배’ 라고 해 주니 곧잘 따라하더군요.

술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인생살이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는 주로 들어주는 역할이었습니다. 외모와는 달리 말투나 생각이 뭐 ‘난 이 세상의 모든 규칙을 파괴하겠어’ 는 아니더군요. 그냥 집을 떠나 이렇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아가는 삶을 살고 싶어 하는 부류이더군요. 저의 크리미아 친구와 너무나도 비슷한 삶을 살고 있네요.

저의 크리미아친구 유튜브캡쳐입니다.  이 친구도 지금 베트남에서 영어 가르치며 지금까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살고 있는데요. 중국-태국-영국-베트남… 곧 러시아 가서 1년살기 하고 나서 다시 다른 나라로 갈 계획을 세우고 있던데, 제가 대만에 와서 나랑함께 어학가르치자 라고 하니까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 보겠다고…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많죠. 지금 저의 대만카페에서 영어가르치는 그 미국인들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살고 있구요.

큰 틀에서 보면 저도 한국떠나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정착해서 사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보면 ‘SURVIVE’ 하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사는 것 비슷하고, 고민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저 크리미아친구랑도 일주일에 몇번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아이디어도 주고받고  하고, 어제 남아공여자분과 이야기를 해 봐도 하는 고민이 비슷비슷 합니다.  

늦은 시각이지만 편의점에서 면을 사와서 술을 마시기 전에 먹더군요. 그러면서

“공복에 술 마시면 안 돼”

또 폭탄주에 대해서도 잘 알더군요. 그래서 제가 폭탄주도 조심해서 마셔야 한다. 마실때는 그냥 잘 넘어가는데, 한순간 훅 가는 수가 있다. 라고 하니 자기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래서 이런 방콕이나 낯선 곳에서는 그렇게 술 안 마신다. 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엄마가 나를 그렇게 키우지는 않았어” 라고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참고로, 가장 억양이 깨끗한 영어사용국가가 남아공과 캐나다쪽 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전부터 남아공으로 어학연수 가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영어강사생활은 재밌냐 라고 물으니, 학생들이 열심히하면 재밌는데, 학생들중에 적극적으로 말도 하지 않고, 숙제도 잘 하지 않고, 물어도 대답도 잘 안하는 학생과 수업을 하면 강사생활에 회의감이 느껴진다 라고도 하더군요.

대충 어떤 느낌인지 이해가 가더군요. 저도 어학을 가르칠때 수업을 잘 따라오면 재밌는데, 수업을 잘 따라오지 못 하면 많이 힘들거든요. 특히 틀릴까봐 부끄러워서 말 하지 않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외국어를 틀리게 말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거 아닌가요? 왜냐하면… 한국어능력시험 문제집 하나 찾아서 풀어보세요. 이건 무슨 한국어문법인데 생전 평생 듣도보도 못 한 그런 문법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한국어가 다 맞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거든요. 내 모국어 문법도 다 맞을 수가 없는데, 외국어 틀리는 것이 무슨 큰 일입니까?

저도 이제 대만집을 떠난지 20일이 되었네요. 

저의 블로그와 유튜브 배너에 인생모토가 있습니다. 

“어디서 살든 행복하면 그만” 

어디서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한거죠. 

최근 태국에 있으면서 촬영한 영상 유튜브로 올려 보았습니다. 

그냥 사람사는 모습 보면서 이곳저곳 걸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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