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지방 시골마을에서 카페를 하고 있다보니 사람들이 대체로 친절하고 다정합니다. 제가 운이 좋아 그런 사람들만 만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시보다는 그렇게 사람들이 날이 서 있다든지, 화가 났다든지 하는 경우는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오늘 한국뉴스에 어느 카페에서 빨대를 안 넣어 주었다고 찾아가 진상을 부렸다는 기사도 있고, 시식용 빵을 집에 있는 자기 애들 주겠다며 싸 달라는 부모도 있고… 일부이긴 하겠지만 그런 뉴스를 보고 있으면 도시를 빠져 나와 이런 곳에서 살고 있는것이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인터넷상에서 보는 ‘소설같은’ ‘주작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내 회사에 내 주변에 있다는 것이 문제이죠.
최근에 넷플릭스 드라마 ‘3 body problem’ 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홍위병’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중국 욕할 것 하나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팔에 쬐끄마한 완장 하나 채여져 있으면 갑질 하는 사람들 많잖아요. 아파트입주민 대표 부터 대기업직원들까지…
심지어는 손님이라고 그 지위를 이용해서 편의점 종업원이나 가게주인에게 갑질 하는 문화가 있죠.
“나는 평소에 갑질 안 당하고, 그런거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부모님이 챙겨주는 계란쏘세지 들어간 따뜻한 도시락 먹으며 오냐오냐 자랐을 가능성이 많은 아이죠.
무튼… 제가 외국살면서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이유가 한국뉴스 잘 안 보기 때문인데, 요즘엔 유튜브를 보다보면 가끔 저런류의 뉴스가 떠 오르고, 그러다 카페진상, 가게진상 뉴스가 나오면 저도 카페를 하고 있으니 한번 보게 되죠.
화제를 전환해 보겠습니다.
저의 카페 단골중에 약간 우울증? 염세적 성격? 걱정주의? 너무소심? 의 손님이 있습니다. 뭐 성격이야 어떻든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찾아주는 손님이라 저는 엄청 감사하고 저랑 이야기도 많이 나눕니다.
며칠전에는 ‘내가 이 고향을 떠나면 내 어머니는 어쩌나?’ 라며 또 고민과 걱정을 하고 있더군요. 타 대도시로 이직을 하고 싶어 하거든요. 여자친구가 있는 도시로 말이죠.
제가 중국 시골이나 지방도시 있으면서 저런 케이스의 젊은 사람들과 많이 대화를 나눠봤거든요. 저런 이야기를 할 때 마다 제가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니가 나중에 부모가 되어서 너의 자식이 대도시나 외국에서 공부를 할 기회나 능력이 되고, 또 타지의 더 좋은 회사에 입사할 기회가 될 때, 단지 자식이 고향에서 너랑 함께 지내기를 원해서 자식보고 평생 이 시골에서 생활하기를 원하냐?”
라고 물으면 열의 열은 ‘절대 아니다’ 라고 강하게 부정을 합니다. 자기는 자식이 더 좋은 기회를 찾아 떠나서 성공하는 것이 좋다 라고 말을 하죠.
그럴때 제가 이야기를 하죠.
“그럼 너는 왜 너네 엄마는 나쁜년 만드냐?”
“너는 니 자식이 더 좋은 기회를 찾아서 떠나도 좋다고 생각하면서 너네 엄마는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니가 평생 여기 시골에서 함께 지내기를 원하는 나쁜년이냐?”
라고 하면 또 아니라고 합니다. 그럴때 제가 물어봅니다.
“너네 엄마는 니가 더 성공해서 돈 많이 벌고 잘 살 수 있다면 대도시든 타지에서 행복한 가정 이루어 잘 살기를 원하지 않냐?”
라고 물어보면 열의 열은 또 다 그렇다고 합니다.
그럼 또 제가 물어봅니다.
“넌 니가 지금 너의 능력으로 큰 도시에 가서 도전하기가 두렵거나 용기가 없는 것이 아니냐? 괜히 니가 두렵고 용기가 없고, 마땅히 고향을 떠나서 뭘 하기가 두려우니 가만히 있는 너네 엄마 핑계대는 것 아니냐? 그러면 너네 엄마를 더 나쁜년 만드는 거다”
그러면서 저는 ‘모순’ 이라는 단어를 써 줍니다.
“너는 니가 부모일때는 자식이 그런 기회를 찾아 떠나기를 바란다면서, 너의 부모는 니가 그런 기회를 따라 가지 못 하게 방해한다고 생각하냐? 왜 니가 떠나기가 두려우면서 뭐 니가 떠나면 너네 부모 누가 돌봐주냐? 라는 핑계를 대냐?”
저기 위의 사진 바다 보이시죠? 먼 바다로 나가려면 충분히 큰 배도 있어야 하고, 충분한 식량, 물도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미지의 저 먼 바다로 나가려는 ‘용기’ 가 필요한거죠.
그게 안 되면 평생을 남들 도전하고 떠나는 모습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면서 부러워하며 살아야죠.
유일한 위안이 있다면 그렇게 도전한 사람들이 실패한 모습을 보며, 역시 ‘이불안이 제일 안전해’ 라면서 즐거워 하고 자기위안 하는 것입니다.
최근 그 단골손님과 이런 이야기를 자주 나누고 있는데요. 며칠전에는 저의 카페에서 울기까지 했었죠. 여길 떠나서 타지에서 살려니까 두렵다면서…
음…..
지금 대만에서 다른 도시로 가는거잖아요. 지금 제가 있는 이 도시에서 대만 남북끝까지 차로 3시간이면 다 도착하는 이런 작은 나라에서 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거잖아요.
저는 지금 딴 나라, 그것도 수도권도 아니고 지방도시에 와서 카페를 차렸는데요. 그리고 저는 중국에서도 사무실도 몇 번 차리고, 현지인과 합작이지만 공장도 설립했고, 말 안 통하는 태국도 가서 일했고, 그 외 단기로 해외로 나가 생활한 경험도 많은데요. 저를 보면서 고작 자기 나라 옆 도시로 이사하는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제 기준으로는 다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또 그 이유중 하나가 혼자 남겨진 엄마….
더 놀라운 건…
이 대화를 나누기 전에 했던 이야기가
“요즘은 50, 60대도 노인이 아니다. 심지어는 70대도 아직 팔팔하다.” 이런 이야기 둘이서 나누다가 저런 대화를 나눈 것이었거든요.
심지어 저의 옆집 아저씨 70대 인데 아직 농사 지으며 활발하게 잘 돌아다니거든요.
자기 말에 모순이죠.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스스로 타지역에 갈 용기가 없다 보니 엄마핑계카드? 를 내밀어 보지만, 저의 집요한 질문에 스스로 모순에 빠지는…
배운사람이 쓰는 전문용어로는 ‘자가당착’ 이라고 하죠. (농담입니다)
아무튼 그 단골이 자주 저의 카페를 찾아와 주어서 감사하고, 또 저와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서 더 정이 가고, 요즘 부모가 있는 고향을 떠나는 걸로 고민하고 있어서 저 마저도 함께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며칠전 엄마 나쁜년 만들지 말고 떠나서 성공해라 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다음에 상황 다시 올려 보겠습니다.
이렇게만 이야기를 마치면 흡사 그 손님이 20대 초반처럼 느껴지지만, 30대 중반입니다.
저도 대학 갓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갔을때는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지만 저 정도로 두렵지는 않았는데 말이죠.